황선홍호의 황태자 조영욱, 일본을 넘으면 군복 벗는다
한국 축구의 떠오르는 샛별은 분명 미드필더 이강인(22)이다.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그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어린 나이에 이미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이강인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이강인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나서는 황선홍호에선 가장 먼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가 아니다. 핵심 주축 선수로 분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바 황태자는 골잡이 조영욱(24·김천 상무)이다.
황선홍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55)의 총애는 조영욱의 출전시간에서 확인된다. 오는 7일 일본과 결승전만 남겨놓은 가운데 직전 6경기에 모두 출전해 390분간 뛰었다. 다른 공격수들이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것과 달리 웬만하면 풀타임을 소화했기에 가능했다.
황 감독은 “조영욱 외에는 풀타임을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면서 “공격수들의 지속적인 교체는 사전에 양해를 구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영욱이 자신을 지도한 사령탑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누빈 그는 어느덧 출전 기록이 84경기(37골)에 달한다. 남들은 한 번만 참가하는 게 꿈이라는 20세 이하 월드컵만 두 번 뛰면서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기쁨도 누렸다.
일각에선 조영욱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내년 파리 올림픽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참가한다면 연령별 국가대표 출전 기록으로 센추리 클럽(100경기 출전)에 가입하는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손사래를 치는 조영욱은 일단 금메달이 우선이다.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조영욱은 “일단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준비를 잘할지, 그런 것들을 잘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조영욱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군복을 입고 있는 선수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그는 상병으로 전역할 그 날을 기다린다. 과거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도 입대한 선수는 남은 복무 기간을 지켜야 했지만, 이젠 바로 전역할 수 있다. 5년 전 안산 경찰청 소속이었던 황인범(즈베즈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영욱은 “아시안게임에 열리기 전에는 자주 연락하던 부대원들이 결승전이 다가오니 연락이 뚝 끊겼다”는 농담과 함께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승전에선 누가 득점을 넣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 6경기에서 25골을 쏟아내면서 종전 아시안게임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지 오래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7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조영욱 역시 3골로 득점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회 전 3골이 목표라고 말했던 그는 “5골이 목표라고 말할 걸 그랬다”는 너스레와 함께 “결승전에서 골이 필요하면 내가 넣겠다. 팀이 승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항저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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