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번에 1조 수혈 받으려다 뒤탈 난 CJ CGV

오귀환 기자 2023. 10. 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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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기자라면 으레 듣는 질문이다.

CJ CGV는 지난 6월 약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계획을 내놨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25일 CJ CGV가 신청한 신주발행조사 비송사건(재판 대신 간소한 절차로 처리하는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런 난리통에 CJ CGV 주가는 단숨에 7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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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사면 돼?”

증권부 기자라면 으레 듣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정석을 권했다. 이름난 대기업 주식을 분할매수 해라. 주식으로 삶이 망가지는 경우도 봤기에 겁주기도 잊지 않았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누가 장투(장기투자)하냐”, “여의도놈들이랑 한통속이다”라는 농담 섞인 지인들의 조롱에도 꿋꿋이 대기업 주식을 장투하는 게 낫다는 신조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믿음을 깨부순 회사가 있다. 바로 CJ CGV다.

CJ CGV는 지난 6월 약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계획을 내놨다. 당시 시가총액인 69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5700억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4500억원은 대주주인 CJ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하겠다는 게 CJ CGV의 청사진이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방법이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CJ CGV는 조달 자금으로 빚을 갚겠다고 밝혀,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지분 48.5%를 가진 CJ가 600억원만 내는 얄미움은 덤이다(비판이 일자 1000억원으로 늘리긴 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곳곳에서 비난을 받았을지언정 무사히 성사되긴 했다. 일반 주주 대상 실권주 공모에 3조3000억원 가량 몰리며 76대1의 경쟁률을 기록, 체면치레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두번째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25일 CJ CGV가 신청한 신주발행조사 비송사건(재판 대신 간소한 절차로 처리하는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주주인 CJ가 CJ CGV 신주를 취득하는 대가로 비상장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내놓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해당 지분 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재판부는 이 가격이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CJ는 법원의 불인가 사유를 보완해 항고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재판부의 허들을 넘어 유상증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무너진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졸지에 원치 않던 자회사를 떠안을 처지에 놓였던 CJ CGV 주주들로서는 CJ에 속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CJ CGV의 과욕이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돈을 무리하게 한꺼번에 수혈 받으려다 자승자박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난리통에 CJ CGV 주가는 단숨에 7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CJ CGV가 제시하고자 했던 ‘극장의 미래’가 이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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