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진술의 신빙성과 한동훈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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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스타일이다.
지지층은 '사이다'라고 환호할 것이지만, 그건 한 장관 '개인의 이익'이지 '검찰의 이익'이 아니다.
그 이유 또한 한 장관이 뱉어내는 정치적 편향에 뿌리 일부를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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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영장심사서 검찰 진술 믿음 못 받아
한 장관의 발언들이 ‘검찰의 적’ 아닌가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스타일이다. 과거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들은 수사 대상이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국민들 보기에 ‘검찰 독립’의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그저(겉으로라도) 행정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장관은 다르다. 그의 어록은 많지만, 최근 것만 살펴보자.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이렇게 할 것이다. (중략) 본인들도 명분이 없다는 걸 아니까 손에 잡히는 물건을 아무거나 잡아서 집어던지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관련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민주당과 이 대표를 비난하고 비꼬는 발언들을 자주 했다.
이런 발언들을 접하며, 나는 검찰의 가장 큰 적이 한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 장관의 언행은 ①검찰이 특정 정치세력을 증오하는 집단처럼 보이게 하며, ②검찰의 수사 결과가 그런 증오로 인해 왜곡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퍼트리는 데 크게 일조한다. 지지층은 ‘사이다’라고 환호할 것이지만, 그건 한 장관 ‘개인의 이익’이지 ‘검찰의 이익’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이 2년간 수사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확인은 불가능하겠으나, ②가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줬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쌍방울)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자발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을 기각 사유의 하나로 꼽았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꿨는데, 법원은 검찰이 얻어낸 새로운 진술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검찰이 공들여 얻어낸 진술을 확실히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2년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긴 수사기간, 수많은 수사 목록이 거의 야권만을 겨냥하는 점은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공허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검사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이 특정 정치세력을 적대하는 모양은 검찰 수사의 전반적인 신뢰성을 갉아먹는 핵이라 하겠다.
동급으로 보긴 어려울 수 있지만, 마치 대법원장이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특정 피고인을 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것과 같다. 대법원장이 그런 언행을 하면 그 재판을 공정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한 장관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참 의외다.
물론 한 장관의 말대로 구속영장은 중간 과정일 뿐이고,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은 재판에서 다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이 대표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고 해도, 검찰 신뢰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현 정부의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은 수사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다. 박근혜 정부에선 초기부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가 진행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이 제기되자 즉시 검찰이 나섰다. 최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해병대 조사와 관련한 국방부 고위층 등의 직권남용 의혹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조용하다. 비극은 이 ‘조용’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누구도 검찰이 여권 관련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 이유 또한 한 장관이 뱉어내는 정치적 편향에 뿌리 일부를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이진희 논설위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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