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뒤흔드는 트럼프…하원의장 등판 시사했다 철회(상보)
하원의장 유력 후보에 친트럼프 인사…중도 성향 의원들은 견제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 내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임기 중 해임된 가운데, 후임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체 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만한 후보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은 본인이 임시로 의장직을 대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의장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조던 의원은 훌륭한 하원의장이 될 것이며 나의 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그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에 친구가 너무 많아 당원들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연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의원들은 득표에 실패할 경우 내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만큼, 누군가 장기적 의장직으로 선출될 때까지 내가 의장직을 (임시로) 맡아주길 부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상 하원의장이 반드시 하원의원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됐지만, 하원의장직을 맡는 것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이에 대해 공화당 내 규정에 따르면 2년 이상 징역형을 받는 중범죄로 기소된 인물의 경우 공화당 지도부에서 사임해야 하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시라도 의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직을 임시로 맡겠다고 시사한 것은 어느 후보라도 자신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0일 열리는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참석차 국회의사당 방문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소식통은 아직 방문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성사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이후로 처음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차기 하원의장 후보에 '친(親)트럼프' 인사…중도 성향 의원들은 경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한 조던 의원은 공화당 내 강성우익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자이자 초대 의장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의장직에 출마했고 올해 초에도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1월과 지난 3일에 모두 매카시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조던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하자 매카시 의장의 해임 결의안을 발의한 맷 게이츠 의원은 "나의 멘토 짐 조던은 훌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조던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된다면,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가 탄탄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조던 의원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반대해왔으며, 하원의장이 되면 예산안을 두고 또다시 민주당과 반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공화당 내 비교적 중도 성향인 의원들은 친트럼프 성향인 조던 의원을 경계하고 있다. 공화당의 지나친 우경화가 자칫하면 내년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던에 이어 출마를 선언한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에서 연설한 이력이 있는 등 강경 보수파다. 스컬리스 원내대도 조던 의원과 마찬가지로 2020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017년 6월14일 하원 야구경기 연습 도중 반(反)트럼프주의자인 제임스 호킨슨이라는 인물에게서 엉덩이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총기 소유 권리를 강력히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57세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지난 8월 희귀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아 향후 선거에서 건강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공화당 내 최대 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빈 헌 의원(62)이다. 그는 2018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처음으로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다른 후보보다 비교적 신인 정치인이다.
결국 하원의장에 선출되기 위해선 중도 성향인 의원들의 표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선 매카시 의장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내부 '배신자'를 색출하고 극우 세력을 견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는 10일 후보를 확정한 후 다음 날 하원 전체 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한다.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려면 전체 의석 과반인 218표를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에서 222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212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공화당에서 5명만 이탈하더라도 의장을 선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의장 선거 당시 매카시 후보는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로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15차례나 재투표가 실시됐다.
◇美 정국 혼란의 피해자는 결국 우크라이나
매카시 의장의 해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우크라이나다.
차기 하원의장은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의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화당 내에선 미국이 범죄와 남부 국경 문제 등 자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 어째서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을 축출한 8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인 맷 로젠데일 하원의원은 최근 지속적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미국의 지원이 끊길 수 있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반격이 더뎌지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의 작은 마을 흐로자를 공격해 민간인 51명을 사망케 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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