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과정도 결과도 文 "北 NLL 인정"과 딴판…與 "국민 속이고 자화자찬?"
"협상문건상 北 '경비계선' 기준 고집, 軍 '절대 불가'에도 靑 수용" 보도돼
판문점선언에도 있는 서해 NLL 부정…文 "北 인정" 합참 "경비계선 강조" 엇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4·27 판문점 선언 부속합의로 채택한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과정에서 북한 정권이 우리 측의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개념을 끝까지 불인정한 정황이 6일 불거졌다.
'문재인 청와대'와 국방부가 서해5도 훈련중단구역(완충수역)을 등면적 원칙이라며 NLL 기준 '남쪽·북쪽 각각 40㎞'라고 발표했다가 '등거리가 아니라 우리 군의 양보 구간이 실제로 훨씬 길다'는 언론 지적이 나오자 '남쪽 85㎞·북쪽 50㎞'라고 수정돼 '거짓 브리핑'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 역시 실제로 북측이 고집한 '경비계선' 개념을 따른 결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9·19 합의로부터 3주 가량 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일관되게 NLL을 인정했다"고 했었다.
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미 육군대장 마크 클라크 장군이 설정한 대한민국과 북한의 서해·동해 접경 지점의 경계선이다. 이는 46년간 남북 간 해상 경계선으로 인정받아왔으나, 북한은 1999년 9월 서해 NLL 이남 백령도와 연평도 등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는 독자적인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발표하고 NLL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선 국제법상 영해기선 12해리 등거리원칙 등을 적용한다며 이른바 '해상 경비계선'을 강변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9·19 남북군사합의 협상 문건을 입수했다며 "북한은 2018년 6~9월 9·19 군사합의 협상을 하면서 한국 협상단에 해상 완충구역 설정을 '경비계선' 기준으로 할 것을 시종일관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경비계선 기준 남북으로 수십km 해역에선 포 사격을 중지하고, 함포·해안포 포신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도 폐쇄하자는 것이었다"며 청와대가 꾸린 한국 협상단은 별다른 항의 없이 이런 북측 요구를 합참에 검토시켰다고 했다.
서해 도서를 책임지는 해병대 측과 합참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이었지만 청와대 협상단은 북측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당시 북측은 우리 해군을 두고 '경비계선 침범이 잦다'는 적반하장 식 태도를 취했고, '판문점 선언에 NLL 언급이 있지 않았느냐'는 협상단 측 반응엔 "NLL을 인정한 게 아니다"고 잡아뗐다고 한다. 판문점 선언 제2조의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후략)" 문구를 무력화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12일 청와대에서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 보직신고 후 환담에서 "판문점(김정은과 첫 회담)부터 이번 (평양)남북 정상회담까지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며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같은날 국회 국방위원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합참은 북한이 당해 7월~9월말 서해 남북 함정 간 통신에서 NLL 대신 경비계선을 강조했다고 비공개 보고해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날 백경훈 상근부대변인 논평으로 "실제로 합의서의 완충구역은 북한의 경비계선과 거의 일치한다"며 "얼마 전 문 전 대통령은 또 다시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며 자화자찬에 나섰다. 사실상 우리의 영해를 북한에게 내주고 국민을 속여 놓고도 부끄럽지도 않은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언제까지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을 심산인가. 드루킹 여론 조작과 소득주도성장 통계 조작에 이어, 이제는 대북협상도 조작하나"라고 비판했다.
백경훈 상근부대변인은 "북한 인권과 핵 문제는 외면하며 종전선언하자고 베를린 선언까지 한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여정'은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뜨린 '담대한 사기극'이었다"며 "당시 협상에 나섰던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부 등 관계자는 물론이고 이를 보고받고 최종 승인한 문 전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 생각하는지, 혹여 치적 쌓기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의 영해 주권을 사실상 북에 넘겨준 건 아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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