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위한 EU 승부수…"긍정론 함께 봐야"
유럽 노선 일부 반납도 "국내 LCC에 이관 가능"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최대 걸림돌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노선 반납과 알짜슬롯 양도 같은 '선 통합 후 화물 매각'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를 놓고 국내 항공업계에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대한항공이 알짜 노선 및 슬롯과 화물사업을 내주며 아시아나 합병에 성공할 경우 '상처뿐인 승리'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양사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는 키울 수 있지만 자칫 합병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이 같은 승부수가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매출 비중이 워낙 적은 데다, 이를 매각한다고 해서 합병 효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에 반납하는 노선과 슬롯도 향후 여객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증편이 가능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담당하는 EU집행위원회(EC)에 보낼 시정 조치 초안에 자사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반납하고, 합병 완료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유력시된다.
대한항공이 반납 예정인 4개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취항하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일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안도 조건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합병을 먼저 승인해줄 경우 이를 전제로 독점 해소를 위한 시정조치를 내년 11월까지 하겠다는 일종의 사전약속인 셈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매출 비중 크지 않아"
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전체를 흡수하겠다는 당초 합병 계획을 벗어나 일종의 구조조정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 같은 행보는 EU 합병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최소한의 반대급부를 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화물 사업 수익이 늘었지만 2019년 이전에는 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당연히 이를 포기하고 양사 합병을 얻을 수 있다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유연하게 고려해야 할 방안이라는 진단이다.
유럽 노선 일부 반납, "국내 LCC에 물려줄 수 있어"
일단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반납할 노선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구간으로 이를 포기할 경우 국내 항공업의 경쟁력 약화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하지만 이들 노선을 이용하려는 한국 고객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단적으로 EU 경쟁당국에서 시정조치 대상 노선으로 언급한 바르셀로나의 경우 항공자유화 노선이어서 언제든지 증편이 가능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현재 사용하지 않는 운수권이 있을 정도로 항공편에 여유가 있다.
대한항공이 EU노선 중 알짜 슬롯을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조건 반대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슬롯 포기를 걱정하는 쪽에선 유럽 방문 여행객들이 자칫 비선호 시간대 항공기만 탑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항공료 인상이나 국내 항공 경쟁력 약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 후에 국내 LCC를 상대로 이들 슬롯을 이관을 할 수 있어 항공산업의 균형발전은 물론 고객 불편도 거의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의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려면 중복노선 시정 조치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를 최대한 국내 LCC를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만큼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중복노선 및 화물사업부가 국내 LCC로 옮겨올 수 있다면 국내 항공시장 전반에 균형 발전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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