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 열풍에…"이게 무슨 날벼락" 코카콜라 '뚝'
월마트·코카콜라 급락
월마트 CEO, 위고비 오젬픽으로 소비 둔화 언급
코카콜라, 펩시코, 몬덜리즈 등 주가 급락
약국 매출 급증으로 소매업체에 되려 이득일 수도
미국 식품 및 유통업계에서 오젬픽과 위고비 등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비만약이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왔다. 해당 약을 먹었을 때 식욕이 억제되면서 식품 소비도 둔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인식이 퍼지면서 뉴욕 월가에선 월마트와 코카콜라, 펩시코, 몬덜리즈 등의 주가까지 급락했다.
“약물 복용, 식품 소비에 영향”
유통업체 월마트의 미국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존 퍼너는 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비만약으로 인해 “전체 장바구니 수요가 약간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구매) 단위가 적고 (구매 식품당) 칼로리도 낮다”고 밝혔다. 비만약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식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욕이 억제되면서 스낵, 탄산음료 등 고칼로리 식품 구매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퍼너 CEO가 이처럼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쇼핑객을 익명화한 데이터로 판매 패턴 변화를 연구하고 있어서다. 특히 월마트 약에서 해당 비만약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구매 변화를 볼 수 있다.
월마트 외에도 비만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기업들이 늘기 시작했다. 프링글스 제조사인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라네 CEO는 “(비만약이) 식습관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와 켈라노바 CEO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월마트는 전날보다 1.19% 내린 159.0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코카콜라는 4.83% 하락한 52.38달러에, 펩시코는 5.22% 떨어진 160.10달러에 장을 마쳤다.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종가도 전날보다 5.26% 급락한 65.07달러를 기록했다.
노보노디스크, 덴마크 경제 전체 흔들어
오젬픽과 위고비는 모두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 주사제다.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6월 성인용 비만 치료제로 위고비를 출시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오젬픽을 내놨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있자, 다시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달 주삿값을 기준으로 오젬픽은 약 900달러, 위고비는 약 1350달러에 달한다. 비싼 가격에도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도 20%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위고비로 살을 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젬픽과 위고비가 인기를 끌면서 모건스탠리는 2030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 예상치를 540억달러에서 770억달러로 43% 늘렸다.
이 덕분에 노보노디스크의 2분기 순이익은 194억 2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45% 늘었다. 덴마크 정부는 8월 31일 제약 산업의 성장을 이유로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성장이 덴마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67.67달러였던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이날 89.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소매업체, 약국 매출에 기여할 수도
일각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로 인해 소매업체의 약국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중이다. 월마트 뿐 아니라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은 식품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약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월마트 최고 재무 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체중 감량 약을 복용하는 고객은 음식을 덜 구입하더라도 (약 구매로)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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