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포츠이벤트의 변화움직임과 성장방안
2002 한·일월드컵 때 울려 퍼졌던 뜨거운 함성 ‘대~한민국!’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었을 때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흘렸던 감동적인 눈물 한 방울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메가스포츠이벤트의 허와 실은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개최성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스포츠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인류가 화합하고 공존의 가치를 내세우며 개최 국가나 도시에 엄청난 유·무형의 파급력을 미치는 대규모 스포츠이벤트의 주요 변화움직임과 이에 발맞춰 향후 대한민국의 스포츠이벤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현상과 스포츠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확대를 화두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메가스포츠이벤트
대규모의 국제적인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는 국가 및 도시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환경적인 효과의 창출 기회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성장 모멘텀(Momentum)의 구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오랜 준비 기간과 막대한 자금의 소요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 및 도시들이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유치 및 개최하고자 노력하는 광경을 우리는 많이 경험하였다.
메가스포츠이벤트는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개최 기간, 그리고 개최 이후까지 경제개발, 신(新)성장사업 모색과 구현, 사회의 인프라 및 서비스 개선, 지속가능한 개발과 성장을 위한 경험과 교육 기회 확대, 국가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민관협력체계 구축, 지역이나 국가의 기술 및 가치 역량 함양, 국민의 일체감 조성 등이 이뤄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존재와 성장 가능성’을 표출한 1988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2002 한·일월드컵, 2010 영암 F1 코리아 그랑프리,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6번째로 ‘4대 메가스포츠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다. 달성 기간도 1988 서울올림픽 개최를 시작으로 30년 만에 이룬 쾌거로 대한민국은 초고속 국가 성장의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스포츠 강국으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
더 이상의 하얀 코끼리는 NO!
그러나 메가스포츠이벤트의 개최성과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하얀 코끼리’에 대한 회의적인 결과 또한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얀 코끼리’란 대규모의 스포츠이벤트나 국제행사 이후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유지비만 많이 들어가는 쓸모없는 시설물 조성이나 투자 현상을 빗대어 말하는 용어로, 과거 태국의 왕이 자신이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로 주어 하얀 코끼리를 관리하며 발생하게 된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그 신하가 파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 한·일월드컵을 위해 조성된 신축경기장 중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한 나머지 월드컵경기장들은 매년 수십억 원의 유지·관리 비용으로 운영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조성된 7개의 경기장은 2021년 기준 약 135억 원의 적자액이 집계되었으며, 영암의 F1 서킷 역시 효율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얀 코끼리의 출몰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서 2016 리우올림픽의 마리아 랭크 아쿠아틱 센터와 2004 아테네올림픽의 헬리니코 올림픽 카누 센터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1996 애틀랜타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센테니얼 올림픽 스타디움은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에는 경제적 효용성의 이유로 철거를 단행하였다. 이처럼 정확한 수요의 예측이 아닌 부풀려진 기대 측정으로 인한 과도한 투자 및 미흡한 장기적 계획 때문에 하얀 코끼리 현상은 경기장 외 행사여건 마련을 위한 인프라 및 시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는 메가스포츠이벤트와 관련하여 더 이상 하얀 코끼리를 만들지 않고 스포츠 레거시를 구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측면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상태이다. 따라서 메가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얻어지는 효과와 명성은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는 2019년부터 올림픽 유치도시의 결정을 판단하는 평가위원회를 대신하는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s)’를 신설하고 기존 시설을 충분히 활용해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자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내년 개최 예정인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개막식을 경기장이 아닌 센강에서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샹 드 마르스 광장(비치발리볼), 베르사유 궁전(승마) 등을 비롯하여 파리 주변의 도시와 프랑스령의 남태평양 타히티(서핑)까지 단일 도시 중심에서 주변 도시까지 공간적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기존의 경기장 및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효율적인 올림픽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 중심으로서의 스포츠, 보다 관용적인 사회 구현, 친환경적 올림픽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와 완전히 일치하는 고유한 지속가능성과 레거시 구축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 축의 변화 양상으로는 다국가적인 메가스포츠이벤트 유치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하거나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국가 간의 공동개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3년 뒤 2026 북중미월드컵(미국, 멕시코, 캐나다)이 개최될 예정이며,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는 2030 월드컵(2024년 개최지 결정 예정)에는 남미연합(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유럽연합(스페인, 포르투갈, 우크라이나) 등이 유치전에 돌입하였다.
지구촌의 스포츠축제라 일컫는 대표적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변화의 움직임은 아주 반가운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움직임은 결국 메가스포츠이벤트의 한정된 개최 기간에 투입되는 과도한 유·무형의 투자를 줄이고 스포츠가 지켜야 할 근원적인 가치인 ‘초월적 인류애를 통한 공존과 공감’,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스포츠 레거시 형성’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2036 하계올림픽을 서울에서 재개최하려는 의지를 표명하였으며, 다시 한번 뜨거운 함성 ‘대~한민국’을 자국에서 외칠 수 있는 월드컵 유치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국가와 도시의 전반적인 사회 변화와 더불어 현재 우리 삶의 모습에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변함없는 한 우리나라도 향후 지속적으로 메가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스포츠 강국이자 4대 메가스포츠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나라이다. 이러한 메가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유치 및 개최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최근 드러난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개최 효과에 대한 논란을 감소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K-sports도 한류로: 스포츠 ODA의 스펙트럼 확대
1948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을 한 우리나라는 당시에 서구 선진국의 지원을 받는 수혜국이었으나, 약 60년 동안의 눈부신 성장을 통해 공여국으로 변모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13). 지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대한체육회 등 공공체육행정기관들과 함께 과거와는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제는 공여국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수혜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스포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포츠 ODA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ODA의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개발도상국 선수의 초청 합동훈련, 스포츠지도자 교육과정 전수, 국내 우수 지도자 파견 및 용품 지원, 스포츠 동반자프로그램을 통한 스포츠 역량강화 등이 있다. 스포츠 ODA의 핵심은 수혜국의 실질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하며, 초월적 협력관계 형성을 통해 공존과 번영을 이룩하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다 확고하게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4대 메가스포츠이벤트를 모두 개최하고, 유수의 국제적인 행사를 경험한 나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스포츠 경쟁의 우월성만이 아니라 스포츠이벤트 개최 시의 체계적이고 면밀한 사전 준비 및 대회 운영과 관리 역량도 함께 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적인 스포츠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구축하였던 유치·조직위원회 활동, 전문 TF(Task-force)팀 운영, 자원봉사자 모집 및 관리, 홍보·마케팅, 미디어 활용 등 행사의 사전 준비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및 수행 체계 등도 수혜국에는 아주 매력적인 요인으로 비춰질 것이다. 더 나아가 자국민의 열정적인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내는 정책적 방안과 분위기 형성도 전략적인 체계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부분으로 교육과 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나날이 커져감에 따라 스포츠문화를 전파하는 분야로의 확대도 모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메가스포츠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 단순히 경기의 우위를 겨루는 대회의 차원을 넘어 개최 국가 및 도시의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장으로 활용되며 이를 표출하기 위한 개·폐막식 관련 콘텐츠 및 프로그램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하늘을 수놓았던 1,218대의 드론쇼, 2002 한·일월드컵의 뜨거웠던 응원문화 등은 전 세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또한, 미국 내 가장 큰 스포츠이벤트이자 경제적 파급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에서의 하프타임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의 공연으로 그 순간만큼은 스포츠경기장이 아닌 콘서트장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와 같이 스포츠이벤트를 경험하고자 하는 전 세계인들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 희열과 더불어 유희적인 즐거움에 매료되기도 한다. 일례로 올림픽에서 주요 종목 결승전을 제외하고 올림픽 개막식의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부분이 이를 방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포츠와 문화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래밍 역량, 연출 능력 등을 수혜국에 교육하고 전파하는 것도 스포츠 ODA의 확대 차원으로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라고 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말처럼 현재 국제적인 메가스포츠이벤트에 부는 변화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사료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43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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