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수능?…부동산 침체, 전세사기 여파로 중개사 인기 뚝
국토부 중개업 제도 개선 방안 내놓기로
한때 ‘인생 2막’ 대표 업종으로 꼽혔던 공인중개사 인기가 최근 시들해졌다.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가 2년만에 10만명가량 줄었고 올 1~8월까지 휴·폐업 중개소는 신규 개업한 숫자를 앞지른 것으로도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최근 전세사기에 가담하거나 피해를 막지 못한 중개사들이 알려지면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함께 추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6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8일 치러지는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대상자 수는 전년보다 10만명 가량 줄어든 29만2993명에 그쳤다. 접수 취소자 수까지 감안해 오는 18일 최종 집계되는 접수자 수는 29만명보다 적을 수 있다. 부동산 상승 바람을 타고 약 40만명이 지원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만에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다.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사람이 줄면서 학원가에도 찬바람이 분다. 관련 학원 관계자는 “최근 응시생이 줄면서 오프라인 수업 일수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응시생 수는 부동산 업황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와 같았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따라 도전자 수가 등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10년 24만명이었던 접수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2014년 10만대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반등이 이뤄진 2017년 30만명대를 기록했고 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2021년 39만 992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10월 월 559건으로 주저앉은 뒤 꾸준히 늘어 최근 월 3000건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미국발 고금리 상황과 주택 공급 부족 전망 등이 겹치면서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침체되어 있어 공인중개소 상황은 좋지 않다.
올 1~8월 폐업 및 휴업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수는 총 10만515개소로 개업 사무소(8768개) 수를 역전했는데 이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에 가담한 중개사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인식도 나빠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면서 수입이 나빠진 것이 중개사 도전을 감소시킨 주된 이유지만 최근 깡통전세 피해에 중개사가 가담한 부분이 알려진 것도 중개업 이미지를 해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까지 진행된 경찰 특별 수사에서 파악된 986건의 전세사기 사건에서 불법 중개행위로 검거된 공인중개사는 486명에 달했다.
이참에 중개사 자격 시험을 개편해 중개사 시장의 과다경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자격증 합격률이 30% 내외(2차 시험 기준)로 유지되면서 시장에 중개사가 쏟아졌고, 경쟁이 늘면서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공인중개사 제도 전반을 들여다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말까지 TF에서 중개사 시험 제도 개선 등 중개거래 안전성 강화 방안, 공인중개사 전문성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고 막바지 조율 작업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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