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들, 사자보다 '사람 소리' 더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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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어떤 소리를 가장 무서워할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자와 같은 맹수가 내는 소리보다 사람이 내는 말소리를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포유동물들은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더욱 공포감을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장비를 통해 들려준 소리는 동물들이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 새소리부터 개 짖는 소리, 총소리, 사자들의 울음소리, 인간이 차분하게 말하는 소리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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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어떤 소리를 가장 무서워할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자와 같은 맹수가 내는 소리보다 사람이 내는 말소리를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클런치 영국 웨스턴대 환경생물학과 박사 연구팀이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과 그 주변에 사는 포유동물들을 대상으로 수천 개의 녹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현대 생물학’에 6일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포유동물들은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더욱 공포감을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클런치 박사는 “동물이 인간을 매우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맹수 및 인간 사냥꾼과 지난 수천 년 동안 함께 살아온 다양한 포유동물들이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역 연구자들과 협력해 동물들의 공포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목마른 동물들이 머무는 물웅덩이 21곳 근처 나무에 설치했다. 이 장비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작동하기 시작해 무작위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동물의 반응을 촬영한다. 연구팀은 하루 24시간 6주 동안 장비를 작동했다.
연구팀이 장비를 통해 들려준 소리는 동물들이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 새소리부터 개 짖는 소리, 총소리, 사자들의 울음소리, 인간이 차분하게 말하는 소리 등이 담겨 있다. 사람들의 소리는 남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총가어, 아프리칸스어, 소토어와 영어로 말하는 남성과 여성 목소리들이다. 모든 소리의 크기는 동일하게 유지했다.
소리에 대한 동물의 반응을 평가한 행동 척도는 ’도망‘이었다. 각 영상에서 개별 동물들이 얼마나 빠르게 물웅덩이를 떠나 도망가는지, 이때 걸린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점수로 매겼다.
총 19종의 동물이 등장한 4000개 이상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동물들은 개, 사자, 총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사람의 말소리를 들었을 때 40% 빨리 물웅덩이를 떠났고 뛰어 도망갈 확률은 2배 높아졌다. 기린, 얼룩말, 임팔라, 쿠두 등의 초식동물은 물론 표범, 하이에나 등의 맹수들도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다.
코끼리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도망쳤지만, 사자 소리가 들릴 땐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해 격렬하게 부딪히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연구팀의 장비가 망가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끼리가 사자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은 선행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코끼리들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떼를 지어 사자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동물들이 밀렵 등의 행위를 하는 인간을 오랫동안 두려워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야생동물 밀렵 방지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유류는 후각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냄새 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 또한 기대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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