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하루라도 더 재활치료 받게 해주고 싶지만…병원 가려면 왕복 4시간이나 걸려요”
참여 의료기관 수 적고, 1곳도 없는 사각지대도
“본사업으로 확대해 ‘재활난민’ 문제 해결해야”
복지부 “내년 시범사업 지속해 확충 방안 강구”
경북 울진에 살고 있는 A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 ‘건이’(가명·14)가 매일 재활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일주일에 단 한번, 지역의 장애인복지관에서 30분 재활치료 뿐이다. 사는 곳 가까이에는 재활치료 전문 의료진이 있는 병·의원이 없다. A씨는 “병원이 있는 포항이나 대구까지 가려면 왕복 3~4시간이 걸리다 보니까 차를 오래 타기 힘든 건이는 치료를 자주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건이는 생후 17개월에 장애판정을 받았다. 건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울진으로 오기 전까진 가족은 서울에 살았다. A씨는 “서울에선 여러 병원에 대기를 걸어두고 요일별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여기 와서 치료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최근에 건이의 근육이 퇴화하는 게 눈에 보여 속상하다”고 했다.
건이가 겪는 어려움은 지역 간 의료격차 현실을 보여준다. 의료기관을 찾아 수도권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재활난민’이라는 말까지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10월부터 수도권 외 8개 권역 지역을 대상으로 ‘어린이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재활치료 전문인력·장비를 갖춘 민간 병·의원을 지정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가산 수가를 지급한다. 전문재활치료(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가 필요한 26개 상병에 해당하는 만 18세 이하 환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의 한계상 지역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어린이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1차 시범사업(2020년 10월~2023년 12월)에 7개 광역 시·도에서 7개 병·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2차 시범사업(2023년, 6월 기준)에는 6개 시·도에서 8개 병·의원이 운영 중이다. 1·2차 사업을 합쳐 수도권 외 14개 광역 시·도 기준으로 보면 부산(4곳), 경남(2곳), 충남(2곳)만 참여 병·의원이 복수다. 강원·대전·충북·광주·대구·울산·제주는 1곳씩이고, 경북·전북·전남·세종에는 1곳도 없다.
경북 의성에 사는 B씨의 딸(15)도 강직성 양하지마비 장애가 있다. 평일에 지역 장애인복지관에서 30분, 주말엔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경북 안동의 한 사설 치료기관에서 100분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서울에서 살다 여기서 살아보니 의료격차가 심하다고 느낀다. 인구당 장애인 수를 보면 지역이 더 많은데 (조기에) 마땅한 치료나 돌봄이 이뤄지지 않아서 그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가깝게 자주 갈 수 있는 치료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연구(2022년 12월)에 따르면 어린이 재활치료 환자는 2021년 기준 2만4108명이다.2016년(2만1631명)부터 거의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강 의원실에서 시범사업 의료기관(총 15곳)의 이용자 현황을 분석했더니 2022년 12.8%, 2023년 6월 10.7%는 타 광역 시·도 거주자였다.
강선우 의원은 “‘어린이 재활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아동이 어디에 살든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사업을 본사업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에도 시범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추가 수요가 나온 곳도 있고 사업지 내에서도 의료기관의 자격 미달 등의 어려움이 있어 시범사업을 통해 확충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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