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현장인터뷰]'즐기는 경지'에 이른 셔틀콕 여제, "예전에 기계같았다면 지금은 멋진 장면 연출하는 여유도 생겼어요"

윤진만 2023. 10. 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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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항저우)=윤진만 기자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셔틀콕 여제' 안세영에게 꼭 해당하는 말 같다. 세계 단식랭킹 1위 안세영은 첫 아시안게임 대회였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로 성장한 뒤에 참가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여제'의 칭호에 걸맞은 스매싱을 선보이고 있다.

안세영은 32강부터 4강까지 4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승에 올랐다. 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랭킹 5위 허빙자오(중국)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4강에서 세트 스코어 2-0(21-10, 21-13)으로 승리했다. 앞서 한국 여자 단체전에서 29년만의 우승을 이끈 안세영은 마찬가지로 29년만에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2관왕을 눈앞에 뒀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역사상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건 1994년 히로시마대회 방수현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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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단체전도 29년이라고 하고, 단식도 29년이라고 하니 실감이 난다"며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세영과 허빙자오의 실력차는 랭킹 1위와 5위, 그 이상이었다. 마치 약체와 32강전을 치르는 것처럼 1세트 11점차, 2세트 8점차로 가볍게 요리했다. 경기는 43분만에 종료됐다.

안세영은 "이기면 항상 너무 좋다. 내가 예상한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초반에 스트로크 실수가 있어 힘이 많이 만들어갔지만, 힘을 빼고 가볍게 치자고 생각했다. 재밌는 경기였다"며 여유있는 표정으로 승리 소감을 말했다.

안세영은 "예전엔 정말 기계처럼 뛰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한 번씩 멋진 장면들이 나온다. '여유가 생겼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정말 더 신나서 뛰게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단체전과 단식 토너먼트를 치르며 빈장체육관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여기에 수년간의 경험에서 생긴 노하우가 더해져 안세영의 스트로크, 리시브, 스매싱, 경기 운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날 수 차례 챌린지를 통해 재미를 본 안세영은 "원래 뒷 라인 챌린지는 잘 안 쓴다. 오늘은 되는 날이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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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이날 오후 같은 경기장에서 랭킹 3위 천위페이(중국)-랭킹 20위 오호라 아야(일본) 준결승 승자와 7일 오후 같은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안세영은 단체전 1경기 단식에서 천위페이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었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위해선 실력이 비슷한 천위페이를 피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다. 경기를 뛰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세영은 단순히 수치상 랭킹이 아닌 마음가짐도 세계 1위에 다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이런 셔틀콕 여제를 29년이나 기다렸다.

한편, 안세영의 뒤를 이어 결승 진출을 노린 여자 복식 랭킹 3위 김소영-공희용은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랭킹 1위 중국 천칭천-자이판을 만나 세트스코어 1-2(21-16, 9-21, 12-21)로 역전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종아리 부상을 안고 뛴 김소영은 종아리가 또 "말썽"이라며 몸관리를 더 잘해서 다른 색깔의 메달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희용은 "언니가 마음고생이 더 심했을 거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울먹였다.

한국은 앞서 열린 혼합복식에서도 세계 랭킹 4위 서승재-채유정이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과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1-2(21-13, 15-19, 16-21)로 역전패하며 마찬가지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배드민턴 코리아는 지금까지 여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복식 동메달, 혼합 복식 동메달 등을 차지했다. 안세영과 남자 복식 최솔규-김원호가 결승에 올라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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