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살리려면’..대한항공, 화물 매각 승부수 되나
대한항공과 합병 말고는 뾰족한 방법 없어
화물사업 국내 LCC 매각으로 국부유출 방지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독자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화물사업을 매각하더라도 대한항공과 합병을 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놓고 ‘차포(車砲) 뗀 무리수 합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인수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측면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 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꾀할 수 있고 늘어난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및 최적화된 스케줄을 통해 글로벌 환승 수요 추가 유치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어 합병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은 지난 코로나19 기간동안 글로벌 물류난에 수요가 크게 늘며 연 매출 3조원이 넘었을 정도로 알짜사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올해 들어 여객기 운항이 늘고 물류난도 해소되면서 화물사업 매출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 중이다.
이러한 알짜사업 매각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수·통합은 항공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고, 소비자 편익도 개선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사는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를 기반으로 항공자원(운수권·슬롯)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활발한 합종연횡을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통합 이후 노선망과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한다. 늘어난 슬롯 및 최적화된 스케줄을 통해 글로벌 환승 수요를 추가로 유치하고, 허브공항 경쟁력 강화로 국내 항공산업 성장까지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비자의 경우 노선과 스케줄의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되고, 연결편 스케줄 개선, 마일리지통합 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될 것”이라며 “특히 항공산업 전반의 안전 역량 제고로 더욱 안전한 항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비롯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 이관이 모두 외국으로 이뤄질 경우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 및 화물사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상대로 우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항공시장의 전체 공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이자비용 탓에 순손실을 기록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대한항공과의 합병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이미 한 차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불발된 터라 항공사가 아닌 제 3자 매각 가능성도 적은 상황이다. 이에 사실상 대한항공과의 합병은 정부 주도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진행된 측면이 크다.
특히 항공업계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 회복으로 호황을 맞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차입금 탓에 이자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에 놓여 있다.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60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7조원이 차입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수·통합이 물거품이 되면 1만여명의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의 일자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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