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BIFF] "韓 가능성의 땅"…스티븐 연→정이삭 감독,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사는 법(종합)

조지영 2023. 10. 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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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할리우드에 분 '코리아 웨이브', 그 중심에 선 한국계 미국 영화인들이 한국 콘텐츠, 그리고 이민자의 삶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배우 존 조,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 저스틴 전 감독, 모더레이터로는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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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재미교포 영화인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겪는 정체성 고민과 할리우드에서 생존하는 방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이다.

한국계 미국 배우로 전 세계 사랑을 받는 존 조는 할리우드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중 한 명으로 선두 주자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 '문제아'(22)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 코미디 시리즈 '해롤드와 쿠마'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뒤 '스타 트렉' 리부트 시리즈에서 히카루 술루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날 존 조는 "어젯밤 팬들과 함께한 시간을 가졌다.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다. 마음을 한껏 열어 나를 환대해주고 사랑을 보여줬다.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는 것 같았다. 굉장히 감동 받았고 지금 이 시점에 한국에 온 것이 특별한 것 같다. 영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한국은 전환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마어마한 가능성의 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계와 아시아계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어 보람된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지만 드디어 예술에서도 전 세계 관객과 스킨십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과거 외로움을 느낀 부분을 잊을 정도다"고 달라진 위상을 전했다.

인공지능(AI) 사용에 대해서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사람이 쓴 작품을, 또 인간의 경험이 토대가 된 예술을 보고 싶다. 예술이라는 분야만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반드시 있고 이걸 빼앗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합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우리가 하는 직업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로 인정받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모두 더 좋은 예술 작품을 내놓기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븐 연은 2021년 개봉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를 통해 한국계 미국 배우 최초이자 동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주연상에 이름을 올린 스타 중의 스타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를 통해 얼굴을 알린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17), 이창동 감독의 '버닝'(18) 등 국내 최고의 감독들과의 협업도 꾸준하게 이어가며 국적을 가리지 않는 월드 와이드 행보를 보여줬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 돌아와 환대를 받는데 그게 특별한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느낌을 받았다. 전혀 낯선 마음도 없고 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 함께 연결됐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굉장히 영광이다. 특히 요즘 나는 서로 이해를 받고 있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데 있어서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화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코리아 웨이브라는 것이 당연히 너무 좋다.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위안이 된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피지컬: 100'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우리 스스로 어떤 느낌을 보여줄지에 대해 재정립하는 기분이었다"고 곱씹었다.

현재 미국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의 파업에 대해서도 "이 파업은 예술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와 배우들에게 좋은 조건을 주고 공정한 소득을 받기 위한 일이다. 사실 작가, 배우 중 안전망이 없는 배우들도 많다. 나는 이 자리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특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와 달리 안전망이 없는 예술인들도 많다. 비지니스가 바뀐 환경에서 안전망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일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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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참석한 한국계 미국 감독 정이삭 감독은 '문유랑가보'(17)를 통해 지난 2007년 칸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21년 개봉한 영화 '미나리'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 전미비평가위원회 각본상, 토론토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3년 만에 처음으로 어제(7일) 다시 봤다. 내 조상이 있는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관객과 만나 영화를 보니 의미 있었다. 이렇게 다시 한국에 와서 관객과 함께 하면서 또 동료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민자를 소재로한 작품이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우리는 다들 다르지만 이민자의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나리'를 보여주면서 모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말한다. 새로운 도시에 갔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등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삶 자체가 여행이다"고 답했다.

더불어 현재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계 감독 저스틴 전 감독은 장편 '국'(17)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이후 두 번째 장편 '미쓰퍼플'(19)로 선댄스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달라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수상했고 세 번째 장편 '푸른 호수'(21)는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시즌 1의 감독을 맡으며 전 세계 관심을 받았다.

저스틴 전 감독은 "믿을 수가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가 2008년이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나이가 지긋한 관객을 만났는데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해줬다. 정말 좋은 질문을 많이 받았고 관객과 좋은 소통을 이어갔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제는 백인 동료가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좋다. 한국 문화에서 어떤 것이 나올 수 있는지, 또 어떤 부분이 다른지 흥미를 갖고 있다. 우리들과 대화를 하고자 하는 등의 분위기는 내가 자라오면서 겪지 못한 일이었다. 주류 사회가 우리와 소통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대화가 열린 것 같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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