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퇴장' 법적 권한 생겼지만…교사들 “체감 변화는 아직”
교사들 "수업방해 기준 모호…선뜻 시행 어려워"
"교육청 인력 지원 확대·관리자 인식 변화 필요"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교사의 권한 등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고시안 시행 한달 여가 지났다.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부모 민원 우려·지원 부재 등으로 분리조치를 적극 시행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교사는 수업 중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에 위해를 가하는 등의 행동을 ‘수업 방해’로 간주해 문제 학생을 분리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분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구의 A초등학교는 코로나19 격리공간으로 지정된 교실을 분리 공간으로 지정하고, 관리자인 교감이 분리 학생을 담당하도록 했다. 수업 방해 학생에게 경고를 3번 준 후에도 지도에 불응할 경우 교사는 학생을 분리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다만 학생의 어떤 행동을 ‘수업방해 행위’로 볼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선뜻 분리 결정을 하지 못한다. A학교 교사는 “아직 수업방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을 분리했다가 우리 아이만 미워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방어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분리를 권장하고 관련 인력을 적극 지원하고 교사의 면책특권까지 주는 등 지원책이 뒷받침된다면 분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B중학교는 수업방해 학생을 복도로 내보낼 수 있게 했다. 경고가 누적될 경우 학생은 교무실에 교감과 함께 분리조치 된다. B학교 교사는 “학교별로 일선 교사의 지도 책임이 더 있는 경우도 있고 교감·교장 등 관리자에게 책임이 더 지워지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 관리자 의지에 따라 분리 조치 정착 여부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에서 상담·지도교사처럼 교실에서 분리된 학생을 지도·관리하는 별도 인력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 반응은 설문조사로도 뒷받침된다. 전교조가 지난 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고 교원 중 72.3%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시행 이후 학교의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어 학생 분리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과반이 넘는 58.7%가 “별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지원 부재’를 꼽았다. 학생 분리·지도 인력의 부재(64.9%), 분리된 학생이 있을 공간 부재(46.8%) 등이 정책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들었다. 또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는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50.2%),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행(41.2%), 관리자의 인식 변화(38.9%) 등이 꼽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 고시안은 학교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명분과 근거를 제시했다”면서도 “추가 인력 및 예산·공간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설문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와 교육부, 국회는 이에 대한 법적 대책 수립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 관계자는 “분리 학생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학칙에 일임할 게 아니라 교육 당국 차원에서 분리 학생을 위한 별도 공간, 인력, 예산 확보 방안을 분명히 마련해 고시 시행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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