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실수' 메달 색깔을 바꾼다... 롤러 '세리머니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해프닝 열전

박정욱 기자 2023. 10.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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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당황스러워 하는 롤러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스포츠 경기에는 예상하기 힘든 뜻밖의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관중이나 동물이 경기장에 난입하고, 낙뢰로 정전이 되고, 오심에 울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황당한 실수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황당 실수'로 중요한 승부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순간 '황당 실수'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고, 더 나아가 메달권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끝까지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 자신을 책망하는 수밖에. 물론 코칭스태프 등 주변인의 실수로 폭망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황당 실수'는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대회 최악의 웃지 못할 '해프닝'은 한국 선수단에서 나왔다.

우승을 확신하고 세리머니를 하던 롤러 선수들이 최종결과에 황당해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광호, 정철원, 최인호. /사진=뉴스1
롤러의 '발 내밀기' 원조는 한국 쇼트트랙의 '날 들이밀기'
10월 2일 열린 롤러 남자 3000m 계주 결승 때이다. 최인호-최광호-정철원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눈앞까지 다가온 금메달을 순간의 방심 탓에 날려보냈다. 메달의 색깔은 찰나에 은빛으로 바뀌었다.

한국 선수들은 역주를 펼쳐 선두를 내달렸다. 마지막 주자 정철원은 결승선을 앞두고 금메달을 확신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어 기쁨의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었다. 뒤따르던 대만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발을 쭉 뻗었다. 순위는 뒤바뀌었다. 대만이 4분5초692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4분5초702를 기록해 0.01초 차로 2위로 밀려났다.

태극기를 흔들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던 한국 선수들은 뒤바뀐 결과를 확인하고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곧 침통한 낯빛으로 변했다. 메달의 색깔뿐 아니라 병역 혜택의 기회마저 순식간에 놓친 선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응원을 보낸 국민과 팬들의 거센 비난을 온몸으로 떠안아야 했다.

쇼트트랙 경기 장면. /사진=뉴시스
사실, 결승선에서 발 내밀기의 원조는 한국이다. 1998 나가노 동계 올림픽 때다. 김동성이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2위로 레이스를 펼치다 우승을 확신한 리자준(중국)의 뒤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날 들이밀기'로 0.053초 차 역전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1000m에서도 전이경이 양양A(중국)를 상대로 다리를 쭉 뻗어 '날 들이밀기'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쇼트트랙에서 '날 들이밀기'는 보편화했다. 어느 나라, 어느 팀의 선수도 사용한다. 1위로 달리는 선수도 결승선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날을 내밀면서 통과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막판 이변을 스스로 차단한다.

2020 도쿄 올림픽 사격 경기 장면. /사진=뉴시스
사격에서는 다른 선수 표적 맞혀 금메달 놓치기도
사격에서는 결정적 순간에 다른 선수의 표적을 맞히는 '황당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때의 사례가 가장 황당한 경우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매튜 에몬스(미국)는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단 한 발을 남겨두고 경쟁자와 간격을 3.0점 차이로 벌리며 여유있게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총알은 표적의 정중앙을 꿰뚫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총알이 박힌 표적은 바로 옆 선수의 것이었다.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온 그 순간에, 마지막 총알을 옆 선수의 표적에 쏜 것이었다. 그 한 발이 0점 처리되면서 금메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위는 8위로 바닥까지 떨어져 어떠한 색깔의 메달도 차지할 수 없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도 이 같은 어이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세르히 쿨리시(우크라이나)는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35번째 총알을 경쟁자 표적에 쏘아 0점 처리됐다. 4위에 올라 메달 경쟁에 불을 붙이던 상황에서 가장 밑자리인 8위로 추락했고, 그대로 꼴찌로 경기를 마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다시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제대로 실력 발휘조차 못하고 한순간의 실수로 꿈은 무산됐다.

0점 처리된 쿨리시의 35번째 발(왼쪽 아래 빨간 네모). /사진=뉴시스
그의 변명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재킷 단추가 풀려 있어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경기 중에 단추를 여밀 시간이 없다 보니 그 상태에서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총을 쏘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 때 육상에서 한국의 롤러처럼 미리 승리를 확신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셰리카 잭슨(자메이카)은 여자 200m 예선 5조 경기에서 선두로 달리다 150m 지점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듯 속도를 줄였다가 추월을 허용해 4위에 그쳤다. 뒤처진 선수와 격차를 오판한 탓이었다. 결과는 0.004초 차로 준결선 진출 실패의 악몽이었다. 힘을 아끼려다가 메달 경쟁에 참여조차 못하게 됐다.
한국이 겪은 메달 색깔 바꾼 '황당 케이스'
한국 선수단이 국제 대회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적도 적지 않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한국 남자 체조의 김한솔은 '황당한 이유'로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심판에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로 감점을 받은 탓에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김한솔이 지난 9월 28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마루 운동 결승에서 연기하고 있다. 김한솔은 금메달을 따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그는 남자 체조 종목별 결선 도마에서 1, 2차 모두 좋은 연기를 펼치며 합계 14.55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금메달을 예약한 듯했다. 2차 시기에서 8명 중 4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선 김한솔은 7번째 선수까지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마지막 섹와이훙(홍콩·합계 14.612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0.062점 차.

김한솔이 2차 시기를 완벽하게 끝낸 뒤 금메달을 확신한 듯 두 팔을 들어 관중의 호응을 유도했는데, 여기서 0.300점의 감점을 받은 것이 마지막 순간에 발목을 잡았다. 김한솔은 2차 시기 착지 후 심판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규정에 따라 감점을 받았다. 그는 "그런 규정이 있다는데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정 적용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 국내 대회에서 몸에 밴 잘못된 습관 탓에 국제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친, 황당한 사건이었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남자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따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1초 오심'에 울고 있는 신아람. /사진=뉴시스
한국 여자 펜싱의 신아람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겪은 오심도 잊을 수 없다. 선수 잘못이 아니라 오심과 운영 미숙에서 나온 황당하면서도 '억울한' 일이었다.

신아람은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만나 접전을 펼치다 14-14에서 1분간 연장전 승부에 들어갔다. 단 1초를 남긴 상황에서 신아람이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 결승 진출을 눈 앞에 두는 듯했다. 신아람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계측 요원의 실수로 시간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심판은 다시 1초의 경기 시간을 부여했다. 그 뒤 1.57초 만에 이루어진 하이데만의 공격을 인정하면서 승자가 바뀌었다. 한국 선수단은 거세게 항의했고, 신아람은 2시간 동안이나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1초 오심'의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신아람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쑨위제(중국)와 3위 결정전에서도 패하며 4위로 개인전을 허무하게 마쳤다. 그 후 단체전에서 다시 힘을 내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당하고도 다시 일어나 땀과 노력에 배신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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