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따박따박 받아먹고선 졸아서 하차하고, 그걸 또 무용담으로 풀다니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웃음으로 승화하겠다고 자신의 치부를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내숭 없다, 털털한 성품, 거침없는 솔직함, 이런 것들을 앞세우며. 하지만 그 치부가 누군가에게 폐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라디오 스타> 834화에 일일 MC로 참여한 배우 봉태규. 초대 손님 박하나를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JTBC <세계 다크투어>에 고정 출연할 당시 박하나가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인지 녹화 중에 자주 졸았다나. 기술적으로 눈을 뜨고 잤다는 폭로성 발언이다. 이해 안 되는 건 수시로 졸았다는 박하나나, 얘기를 꺼낸 봉태규나 시청자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아니라는 것. 회당 출연료를 꽤 받지 싶은데 녹화 중에 잔 것이 무용담은 아니지 않은가.
지어낸 얘기인지 실제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버스 안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했다는 개그맨도 있었고 취중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볼일을 봤다는 연예인까지 있었다. 방송에 다 나온 얘기들이다. 그런데 죄송하다, 백배 사죄해야 옳다, 이런 소리 오가는 걸 못 봤다. 버스에, 엘리베이터에 그래 놓으면 냄새는 어쩔 건가. 그 시기에 박하나가 KBS 일일드라마 <태풍의 신부> 주인공이었으니 일일극을 찍으면서 예능 출연도 했다는 얘기다. 애초 얼토당토않은 스케줄이었던 것. 매번 졸음을 주체 못할 상황이라면 하루 빨리 하차를 해야 옳지 않나? 33화 중에 22화 이후 하차했는데 '하도 졸아서'가 하차 이유인 모양이다.
JTBC <아는 형님> 401화에 김수미가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홍보 차 출연했다. 2020년 8월 <아는 형님>에서 민경훈을 앞에 두고 '뭐 하는 애지?' 혼잣말을 했던 김수미. 그 몇 달 뒤 조영남 또한 <라디오 스타>에서 딘딘을 가리키며 '이 친구 뭐하는 친구야?' 물었다. 스페셜 MC였던 딘딘과 그날의 게스트 스윙스가 Mnet <쇼 미더 머니>를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이후인데 말이다. 최근에 두 사람이 여기저기 어울려서 나오는 모습을 보며 유유상종이란 말이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수미는 이번에도 <아는 형님>에서 이진호를 보고 '용진'이라고 했다. 이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웬걸, SBS Plus <밥은 먹고 다니냐?>를 같이 6개월 동안이나 촬영한 사이란다. 이진호 왈, 현장에서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나. 주로 '얘야'라고 불렀다고.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 김혜자가 출연했다. '용건 씨, 임호 씨', 이렇게 부르고 MBC <전원일기>에서 막내 며느리였던 조하나를 아랫사람이 아닌 동료로서 대한다. 당연하다.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닌가. 최불암도 다시 한 번 출연했는데 복길이 동생 순길이 역할의 류덕환이 그간 소중히 간직해온 글귀를 소개했다. '밝고 새로운 세상에 덕환이가 주인공이란다' 2002년 12월 최불암 아저씨가. 까마득한 대선배의 든든한 격려의 말씀, 배우로 성장하는 류덕환에게 아마 큰 힘이 되었을 게다.
이번 주 JTBC <최강야구>, U-18 야구 국가 대표팀과의 직관 경기에서 '몬스터즈'가 2:0으로 승리했다. 대다수가 '몬스터즈'가 패하리라 예상했다는데 제작진이 이벤트 성이긴 하나 김성근 감독에게 MVP를 안겼다. 일주일에 5일을 꼬박 나와서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을 시키고 독려하고, 제작진들이 감동한 모양이다. 무릇 어른은 이래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반면교사, 우리 공부 시켜주는 거다. 김수미 씨, 조영남 씨, 두 분이.
<아는 형님> 402화는 추석 특집이었다. 예원이 뮤지컬 <넌센스>에 출연했을 때 욕 연기를 잘하더라는 후일담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욕 배틀이 벌어졌다. 배우 김영옥이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선보인 이후 방송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긴 하다. 문제는 최근 대전 소재의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가해 학부모의 자녀들이 선생님에게 이런 식의 욕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후임 교사에 따르면 교사에게 다 들리게 이런 식의 욕을 해놓고는 '저 욕 안 했는데요?' 발뺌을 했다고. <아는 형님>에 나온 장면과 욕하는 방식이 일맥상통하지 않나.
tv 예능은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무엇이 화두인지, 뭘 담아야 하는지, 뭘 버려야 하는지. <아는 형님>의 경우 아이들도 많이 보지 싶은데 웃음을 주겠다고 굳이 욕을 할 게 뭔가. 그것도 추석 특집에. 잘못을 자랑스레 떠벌이고, 폐를 끼치고도 사과할 줄 모르고, 사회적인 문제를 웃음 소재로 삼고, 선을 넘다 못해서 시대를 아예 거스르는 이들,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JT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들 놀이 같은 윤계상과 유나의 반격이 특히 통괘한 건(‘유괴의 날’) - 엔터미디어
- 1990년대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A면과 B면, 코미디와 아련함 - 엔터미디어
- 영화의 위기에도 송강호의 열정이 끝내 완성해낸 것(‘거미집’) - 엔터미디어
- “테이프 깔까?”...이것이 ‘나는 솔로’가 열어젖힌 리얼리티의 신세계 - 엔터미디어
- 영화 속 튀어나온 것 같은 미국 특수부대, 어째서 힘을 못 쓸까(‘강철부대3’) - 엔터미디어
- 시작은 스트릿 ‘아가리’ 파이터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스우파2’) - 엔터미디어
- 난 그냥 나야... 코다소년 려운의 말이 특히 먹먹한 건(‘워터멜론’) - 엔터미디어
- 흔한 언더커버의 익숙한 맛? 이를 극복할 ‘최악의 악’의 한 방은 - 엔터미디어
- ‘로스쿨’에서 ‘해방일지’ 거쳐 ‘힙하게’까지, JTBC 구원왕 김석윤PD - 엔터미디어
- 뻔한 연예인들, 지들끼리 여행 다니는 게 눈꼴 사나운 분들에게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