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꿈 꿨더니 이루어졌다" 안세영 결승 진출…절뚝거린 김소영 눈물의 동메달 (종합)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김건일 기자]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의 대관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6일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세계 5위 허빙자오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은 1994년 방수현 이후 29년 만.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역사에서 마지막 금메달이기도 하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방수현이 썼던 신화를 재현한다.
안세영은 이미 여자 단체전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섰다. 2관왕 역시 1994년 방수현이 마지막이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선 1회전 탈락 아픔을 겪었던 안세영은 "꿈을 꿨더니 이루어졌다"며 "(금메달) 많이 원한다. 기대도 많이 된다. 하지만 늘 말했듯이 하루하루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안세영은 지난 3일 첫 경기인 2회전에서 푸이츠와(마카오)를 2-0으로 제압했다. 23분 만에 낙승.
지난 4일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몰디브)와 16강전은 그보다 더 빨랐다. 단 21분 만에 2-0으로 완파했다. 전날 열린 8강전서도 세계랭킹 16위 옹밤 룽판 부산안(태국)을 2-0으로 꺾고 순항했다. 그리고 5위 허빙자오를 상대로도 한 게임도 내어주지 않으면서 '퍼펙트 우승' 희망을 이어갔다.
▶ 4강에서도 철벽 모드…허빙자오 상대 6연승 질주
허빙자오는 천위페이와 함께 안세영에겐 벽 같았던 존재다. 지난해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허빙자오가 이겼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5차례 맞대결을 모두 안세영이 쓸어담았다. 상대 전적은 5승 4패로 역전됐다.
초반은 팽팽했다. 두 선수 모두 몸을 사리지 않는 슬라이딩을 보여주며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3-3, 4-4, 5-5, 6-6, 7-7 동점 상황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안세영은 자신이 왜 '셔틀콕 여제'인지 증명했다. 공격 성공률을 높이며 연속 6점을 쓸어 담았다. 13-7. 경기 주도권을 거머쥐고 점수 차를 조금씩 벌려나갔다. 결국 21-10으로 1경기를 잡아냈다.
2게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 갔다.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대회를 마치 연습 경기하듯 별 어려움 없이 풀어갔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점수 차가 점점 좁혀지더니 어느덧 6-8로 추격당했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여유로웠다. 경기장 곳곳을 찌르는 절묘한 공격으로 허빙자오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안세영은 21-13으로 2경기를 마무리하고 주먹을 불끈쥐며 포효했다.
안세영은 "지난해엔 (허빙자오를 상대로) 전패를 했었는데 (이번엔) 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많이 해보기도 했고, 많이 보기도 해서 잘 풀어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 키 포인트를 묻는 말엔 "챌린지"라며 "오심이라고 생각했던 게 다 인으로 들어오게 되어 다 점수가 됐다. 그게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오호리 아야(일본)의 4강전에서 이긴 선수와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20위인 아야를 상대로 랭킹 3위인 천위페이가 톱독으로 평가받는 상황. 안세영은 "(오늘은) 천위페이의 경기가 뒤에 있다. 경기를 유심히 보겠다"고 했다.
▶ '부상 투혼' 김소영…공희영과 여자 복식 은메달
전날 4강전 승리 이후 공동 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소영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통증이 계속되는 듯 얼굴을 찡그렸고 급기야 눈물까지 보였다.
"지금 (근육이) 조금 올라온 것 같다. 지난번 중국 오픈 때 다친 곳이다”라며 “치료를 위해 가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몸 상태라면 기권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김소영은 여전히 테이핑이 감겨 있는 오른쪽 다리를 이끌고 공희용과 함께 코트에 들어섰다.
상대는 여자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중국의 천칭천-자이판 조. 김소영은 아픔을 참아 내며 코트를 누볐고, 1게임를 5점 차로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완전하지 않은 다리로 2게임까지 완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2게임를 12점 차로 내줬다. 3게임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한 김소영은 오른쪽 다리에 파스를 뿌린 뒤 경기를 강행했다.
수비를 하다가 주저앉은 뒤 일어난 김소영은 라켓을 바닥에 짚은 채 절뚝거릴 정도로 서 있기 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다리로 라켓을 따라다니고 스매싱까지 했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은 다리로 3게임를 완주하기란 무리였다. 역동작이 걸리면 김소영의 다리는 얼어붙었다.
한국은 세계 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 조가 준결승에 남아 있다. 이소희-백하나 조가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일본의 유키 후쿠시마-사야카 히로타 조를 꺾는다면 천칭천-자이판 조와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은 아시안게임에서 세 차례 정상에 섰다. 2022년 라경민-이경원 조 이후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 서승재-채유정 銅…세계 랭킹 1위에 석패
가장 먼저 혼합 복식에 나선 혼합 복식 세계 랭킹 4위 서승재와 채유정 조는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만나 접전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경기는 재대결이었다. 서승재와 채유정 조는 지난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섰는데, 이때 결승전 상대가 정시웨이-황야총 조였다.
서승재와 채유정 조는 1게임에 8점 차 완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정쓰웨이-황야충 조가 2게임부터 빠르게 흐름을 되찾았다. 정쓰웨이의 강력한 스매싱이 연달아 한국 진영에 꽂히면서 2게임를 내줬다.
한 번 넘어간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승재의 분전으로 3게임에서 15-16까지 접전을 이어갔지만 "짜요"를 등에 업은 정쓰웨이의 묵직한 샷이 계속해서 점수로 연결됐다. 반면 한국은 실수가 많아졌고 16점에서 점수가 끊겼다.
경기가 끝나고 채유정은 "저희 스스로 무너진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상대가) 상위 랭커고 당연히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뒤게 경기가 계속 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뒤로 하겠다. 멈칫하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다시 마음을 먹겠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 대결을 모두 이긴 것과 달리 이날 경기에선 패배한 것을 묻는 말엔 "저희가 읽는 것처럼 이 선수들도 저희를 분명히 분석하고 읽고 들어왔다. 첫 게임 저희가 기세로 몰아붙였지만 후반에는 제가 수치가 떨어지면서 (상대) 패턴이 바뀌었다. 저희가 한 술 더 떴어야 하는데 거기에서 멈칫하면서 우르르 무너졌던 것이 패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아시안게임에서 혼합 복식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신백철-이효정 조가 마지막이다.
채유정과 서승재는 각각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합 복식으로 동메달 한 개씩 추가했다.
▶ '파죽지세' 최솔규-김원호 조 결승 진출…21년 만에 金 도전
한국 선수 중엔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선 최솔규-김원호 조는 대만의 리양-왕치린 조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극적인 뒤집기 승리를 거둔 기세가 사라지지 않았다. 최솔규-김원호 조는 8강에서 홍콩에 이어 이날 대만까지 2-0으로 제압하며 가볍게 은메달을 확보했다. 1게임을 9점 차로 끝내더니 2게임은 11점 차로 마무리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은 1986년 박주봉-김문수 조와 2002년 이동수-유용성 조에 이어 역대 3번뿐. 최솔규-김원호 조는 21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배드민턴은 금메달 17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34개로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종합 3위에 올라 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금메달 4개씩 올린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선 현재까지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1개를 비롯해 남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 여자 복식으로 동메달 3개를 챙겼다. 안세영과 최솔규 김원호가 각각 여자 단식과 남자 복식 결승전에 오르면서 금메달 2개를 추가로 노릴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안세영과 최솔규-김원호 조가 출전하는 배드민턴 결승전은 7일 저장성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다.
■ 10월 6일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경기 결과
-혼합 복식 : 정쓰웨이-황야총(중국) 2-1(13-21, 21-15. 21-16) 채유정-서승재
-여자 단식 : 안세영 2-0(21-10, 21-13) 허빙자오 (중국)
-여자 복식 : 천칭천-자이판(중국) 2-1(16-21, 21-9, 12-21) 김소영-공희용
-남자 복식 : 리양-왕치린 (대만) 0-2(12-21, 10-21) 최솔규-김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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