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는 써야 하고, 집도 사야.. 빚 쌓이면 쌓였지, ‘여윳돈’은 무슨
가계 여유자금, 전년 대비 24.3조↓
주택투자 회복 “자금흐름 쏠린 탓”
기업 투자 줄여.. 정부 지출도 급감
금융자산 늘었지만 “60% 금융부채”
지속되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 ‘내 집’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여윳돈이 크게 줄었습니다.
2분기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돈줄이 말라붙고, 여유자금이 1년 전과 비교해 4조 원 이상 감소하면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불확실한 경기 탓에 기업은 투자는 않고 여유자금을 줄이고, 정부 역시 지출 통로를 틀어막고 나섰습니다.
가계 여유자금은 계속 줄어들지만, 치솟는 물가에 그렇다고 소비를 줄이지도 못해 재정 압박 파고에 위기감만 고조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오늘(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3조 6,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7조 8,000억원)과 비교해 4조 1,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이 줄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 등을 운용한 데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입니다.
일종의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감소했다는 건 여유자금이 줄었음을 뜻합니다. 마이너스(-)일 경우엔 ‘순자금조달’로 표현합니다.
가계와 기업의 향방은 다소 갈리는 모습입니다.
우선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여윳돈이 28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52조 9,000억원)보다 24조 3,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분기(76조 9,000억 원)에 비해선 절반 수준 감소했습니다.
가계 여유자금 축소는 가계 소득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주택투자가 회복되면서 여유자금이 감소한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지난해 2분기 대비 줄었습니다.
가계 여윳돈이 줄면서 주식과 예금을 중심으로 자금 운용이 감소했고, 가계 자금조달은 15조8,000억 원으로 전분기(-7조 원) 대비 증가세로 전환됐습니다. 주택투자 회복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 2분기 7만 5,000호에서 올 2분기 9만 4,000호로 늘어났습니다.
대출금리 또한 4.82%로 1년 전(4.14%)보다 상승했지만 전분기(5.22%)보다 하락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장기대출금이 11조 5,000억원으로 전분기 4조 6,000억 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년 전 장기대출금(32조 2,000억 원)보다는 축소됐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기타금융기관에서의 차입이 8조4000억원 증가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속되는 고금리에 주로 신용대출에 사용되는 단기대출금은 1분기 6조 8,000억 원 줄어든데 이어 2분기 7,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것도 없이 위축되는 분위기인데도 소비 증가세가 유지된 것도 여유자금을 줄이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 1,000원으로 1년 전(394만 3,000원)보다 줄었는데도 가계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 8.4% 증가에 비해 쪼그라든 수준인데도 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윳돈이 주택투자로 쏠리면서 자금운용이 44조 4,000억 원으로 1분기(69조 8,000억 원)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주식으로 가는 돈은 2조 4,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예금은 28조 2,000억 원 늘었지만 1분기(62조 2,000억 원) 급증한 것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예금은행 저축성수신 금리는 이 기간 3.64%에서 3.56%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채권으로 1조 2,000억 원이 이동해 1분기(4조 6,000억 원)보다 증가했습니다.
기업 여유자금은 순조달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금 운용이 늘어난 것보다도 자금 조달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 21조 1,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52조 4,000억 원)보다 순자금운용 마이너스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기업은 주로 경제주체들에게 자금을 빌려와서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인 게 일반적이지만 2분기에는 2021년 2분기(-3조 3,000억원)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자금조달이 98조 1,000억 원으로 1분기(-3조 9,000억원) 대비 증가로 전환했지만 1년 전(198조 1,000억 원)보다 급감세를 보였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투자부진이 이어진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높은 대출금리, 투자 부진 지속 등 대출수요가 줄고 민간기업의 회사채 선차환 발행의 영향으로 채권 발행도 축소되면서 조달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반 정부는 순조달 규모가 8조 7,000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경기 부진 등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했지만 지출이 더 크게 줄어 지난해(22조 3,000억 원) 대비 13조 6,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관련한 정부 지출이 줄면서 자금조달이 감소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국세수입이 2분기 91조 5,000억 원 증가, 1년 전(107조 2,000억 원)보다 급감했지만 경상지출도 같은 기간 178조 3,000억 원에서 135조 9,000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총금융자산은 6월말 2경 4,581조 5,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석 달 간 311조 4,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현금과 예금, 채권, 주식 그리고 투자 펀드 등을 중심으로 늘었습니다. 대출금 역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규모는 확대됐습니다.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22배로, 전분기 말(2.21배) 대비 소폭 상승하며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올 1분기 보험약관 대출이 제외돼 금융자산이 5,078조 9,000억 원으로 63조원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가 2,287조원으로 14조 6,000억 원 덜 증가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금융부채 수준이 아직 낮아졌다는 평가는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2분기 국내 비금융부문 총금융자산은 1경 1,428조 6,000억 원으로 1분기 말보다 110조 2,000억 원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로 조달한 자금이 110조 3,000억 원으로 전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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