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간호사의 유언…“내 시신, 의대에 기증” 베풀며 떠났다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3. 10. 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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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지난달 선종
39년 소록도에서 한센인 간호 헌신
유족에게 본인 시신 의대 기증 당부
마가렛 간호사의 2017년 생전 모습. [사진 출처=연합뉴스]
40년 가까이 낮은 곳에서 봉사의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시신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고국 오스트리아 의대에 기증된다. 지난달 30일 향년 88세로 선종한 피사렉 간호사의 시신은 오스트리아 티롤주 주립병원인 인스부르크 의대 병원에 안치돼 있다. 고인의 주검은 10일 장례 후 이 대학 의학부 해부학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족 대표이자 마가렛 간호사의 동생인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오래전부터 내비쳤다”며 “소록도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을 때쯤부터”라고 전했다.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보고 있는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왼쪽)와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의 모습. [사진 출처=연합뉴스]
마가렛 간호사가 전남 고흥 소록도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귀국한 건 2005년 11월이다. 건강이 나빠져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소록도를 조용히 떠났던 때다.

동생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건강이 악화하기 전에 이미 본인이 뜻을 세워 둔 것”이라며 “마가렛은 삶을 마감한 후에도 자신의 몸이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을 바랐다”고 회고했다. 마가렛 간호사는 귀국 후 요양원에서 지내다 단기 치매 등 지병을 앓다 낙상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태생인 마가렛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보며 39년간 헌신의 삶을 살았다.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장례미사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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