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수호, 욕심 그 이상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서지현 기자] 그룹 엑소 수호가 소집해제 후 '배우 수호'로 돌아왔다. 긴 기다림 끝 자신의 욕심을 충실하게 이뤄낸 수호다.
지난 1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극본 이남규·연출 김석윤)는 범죄 없는 청정 농촌 마을 무진에서 우연히 생긴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동물과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게 된 성실한 오지라퍼 수의사 봉예분(한지민)과 서울 광수대 복귀를 위해 그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욕망덩어리 엘리트 형사 문장열(이민기)이 자잘한 생활밀착형 범죄를 공조수사하던 중, 연쇄살인사건에 휩쓸리며 벌어지는 코믹 수사 활극이다.
소집해제 후 첫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시청자들과 만난 수호는 "16회를 마지막으로 드라마 촬영이 끝났는데 그저께 저희 배우분들을 포함한 스태프분들, 감독님과 함께 회식을 해서 드라마 마무리를 잘한 것 같다"며 "저는 선우 역할로 열심히 했을 뿐이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너무 고생해 주셔서 드라마가 많이 사랑받은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수호는 소집해제 후 복귀작이라는 부담감과 관련해 "부담도 되고, 걱정도 많이 됐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무사히 잘 마친 것 같다. 저한테는 평생 기억에 남은 필모그래피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복무 기간 동안 배우로서, 가수로서 계속 해온 게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만큼 오래 쉬었고, 입대 전엔 '선물'이라는 저예산 단편영화 밖에 없었다. 4년 만에 드라마라 스스로 욕심이 좀 컸다. 어떻게 보면 그 욕심이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불안감도 있었다. 어쨌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것만으로도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극 중 수호는 봉예분의 짝사랑남이자 훈훈한 편의점 알바생 김선우 역으로 활약했다. 작품 속에선 '편의점 백설기'라고 불리며 무진시 미남이다.
김선우 역 출연 비화와 관련해 수호는 "감독님이 농담 식으로 잘생겨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 얼굴이 하얗고 잘생긴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렇지만 정색을 했을 때 좀 냉소적인 모습이 가끔 스쳐 지나가길 바라셨다"고 이야기했다.
극 초반부 훈남으로 등장하던 김선우는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며 연쇄살인 유력용의자로 지목된다. 봉예분과 문장열은 의미심장한 그를 추적하지만, 진짜 범인을 알고 있던 김선우는 이들을 지키고 끝내 죽임을 당한다.
이에 대해 수호는 "끝까지 못 나와서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배우로선 배역으로 죽게 되면 여운이 남기 때문에 더 좋은 거 같다"며 "전 사실 제가 마지막까지 문장열 형사와 수사하면서 재밌게 촬영할 줄 알았다. 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죽게 된다는 건 몰랐다"고 털어놨다.
김선우는 극 후반부까지 봉예분, 문장열을 비롯해 시청자들을 속여야 하는 인물이다. 의미심장함을 유지하면서도, 최후를 맞이하며 모든 행동에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밝혀야 하는 복잡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수호는 "단체리딩할 때 감독님께 제가 범인인지 물어봤다. 근데 '지금 말해줄 순 없고, 너도 의문스럽게 모든 신을 준비해 와'라고 하셨다. 첫 촬영날, 첫 장면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에게 범인을 들었다. 하지만 저는 시청자분들과 밀당을 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포일러와 관련된 디테일한 연기를 했던 거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와 함께 수호는 극 중 진범이었던 무당 박종배(박혁권) 역의 박혁권과 호흡에 대해 "선배와 연기할 때 자꾸 아이컨택트를 하면서 얘기하게 되더라. 하지만 시청자분들은 모르시고, 저는 범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해야 하니까 대본마다 '이 씬은 범인처럼 의뭉스럽게 해야 한다' '이건 일반 모드로 해야 한다'고 적어놨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하루는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선배와 얘기하는 장면을 찍었다. 근데 감독님이 갑자기 부르시더니 '너 너무 범인스러워'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무당이 범인처럼 보여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그때부터 촬영 전에 감독님께 '제가 이 장면에서 범인일까요 아님 일반 시민일까요'라고 물어보면서 디테일하게 연기를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힙하게'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방극장 복귀를 마친 수호는 "그전에도 배우로서 작품을 하긴 했지만 자주 하진 않다 보니 저를 아시는 분들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다"며 "배우로서 인정을 받는다기보단, '수호가 연기도 하는구나' 정도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엑소인지 모르고, 진짜 '배우 수호'로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으신 거 같아서 욕심 그 이상이 채워진 것 같아서 만족스럽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그동안 수호에겐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가 붙어지며 대중에겐 어느샌가 '모범생' 이미지가 굳혀졌다. 향후 다양한 작품을 희망함에 있어선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수호는 "제가 실제로 모범생이기도 했으니까"라고 농담하면서도 "저 역시 그걸 탈피하고 싶은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데뷔 초반엔 탈색 머리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군복무를 하고 나니까 지금의 생각은 '오히려 좋아'"라며 "그런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제가 쎄한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놀라는 거 같다. 언젠가 제가 누아르 작품을 잘 해낸다면 거기서 또 놀라실 거라 생각한다. 평상이 모범생 이미지가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차라리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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