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점퍼에 겨울간식 ‘국화빵’도 등장···‘반짝 추위’에 빨라진 겨울맞이
기모 후드, 가죽 재킷, 카디건, 니트, 트렌치코트, 경량 패딩···.
서울 오전 최저기온이 9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10월 초순답지 않은 ‘반짝 추위’가 6일 전국을 강타했다. 일부 지역에선 아침 체감온도가 0도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낮에는 풀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시민들은 “요즘은 어느 장단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 출근길 직장인들은 몇몇은 가을 같고, 몇몇은 겨울 같은 차림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니트에 재킷 차림으로 출근한 영등포 거주 직장인 김모씨(28)는 추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요즘 날씨 때문에 회사에 지퍼형 기모 후드 점퍼를 챙겨 간다고 했다. 어젯밤 전기장판을 꺼내 깔고 잤다는 김씨는 “작년에도 10월부터 이렇게 추웠나 싶어 사진을 찾아보니 오늘 입은 재킷을 10월 중순쯤부터 입었더라”라며 “한 보름 정도 일찍 추위가 찾아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북서쪽에서 한반도로 갑자기 남하한 찬 공기로 인해 요즘 날씨는 평년에 비해 쌀쌀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4~14도로 평년과 비교해 2~4도 낮은 수치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올 가을 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원도 대관령에서는 올 가을 들어 첫서리와 첫얼음이 관측됐다. 1997~2022년 평균 서리 시작일이 중부 지방 10월26일 이후, 남부지방 11월 이후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 또한 이르게 찾아온 것이다.
예기치 못한 추위에 시민들은 장롱에 넣어뒀던 외투와 방한용품을 서둘러 꺼내 들었다. 얇은 목폴라와 트렌치코트 차림을 한 대학원생 이모씨(29)는 “확 달라진 날씨에 가을옷을 급하게 꺼냈다”며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박스째 꺼내만 놨다”고 했다.
본가에서 겨울철 옷을 가져오지 못한 자취생 등 방한복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청주로 전날 출장을 떠난 직장인 김모씨(31)는 “바람막이가 아닌 패딩을 챙겨왔어야 했나 하고 후회했다”고 했다. 그는 “아침엔 완전 겨울 공기여서 당황스러웠다”며 “바람막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전혀 막아지지 않는 추위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상쾌하기도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것 같아 싱숭생숭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대표 간식을 파는 이들에게는 깜짝 추위가 반갑기도 하다. 경기 성남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황영대씨(70)와 그의 부인은 이날부터 국화빵 판매를 개시했다. 16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는 부부는 여름에는 옥수수를, 겨울에는 국화빵을 판매해 왔다. 황씨는 “올해 폭염으로 옥수수 작황이 좋지 않아 여름내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데 마침 날씨가 쌀쌀해지니 평년보다 빨리 국화빵을 들고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삐 걷던 행인들은 찬 공기 사이로 솔솔 풍기는 국화빵 냄새에 걸음을 이따금씩 멈추는 모습이었다. 부부는 “첫날인데 추우니까 확실히 많이들 찾아주셨다”며 재빠른 손놀림으로 빵을 뒤집었다.
이날 낮부터는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예년과 비슷한 선선한 가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최저기온 8~16도, 최고기온 21~24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15도로 크겠으니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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