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설에 주가 45%↑ 美바이오텍, 40년 항암제 경쟁 우위 잡나

이창섭 기자 2023. 10. 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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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기업, 미라티 테라퓨틱스 주가 급등
글로벌 대기업 사노피 인수설 보도…동시에 경쟁사 악재 터져
KRAS 저해제, 2021년 40년 만에 탄생…국내서도 개발 활발

40년 만에 개발된 KRAS 돌연변이 표적항암제를 두고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KRAS 표적항암제 개발사 미라티 테라퓨틱스(미라티)의 대기업 인수설이 보도되면서 경쟁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 중이다. 동시에 미라티의 경쟁사 암젠엔 악재가 터졌다. 자사의 KRAS 표적항암제 '루마크라스'가 시장 퇴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인수설과 경쟁사 악재 소식이 겹치면서 미라티 주가는 하루 새 45% 이상 뛰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기업 미라티의 주가는 6일(현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19.49달러(45.44%) 오른 62.38달러를 기록했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미라티를 인수할 수 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주가 급등의 원인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노피는 현재 미라티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아직 합의에 이른 단계는 아니며 미라티가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미라티는 '크라자티'라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했다. KRAS G12C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다. 암젠의 루마크라스에 이어 두 번째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KRAS 표적항암제다.

KRAS 돌연변이는 다양한 암종에서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폐암에서는 환자 10명 중 2명에게서 발현한다. KRAS 유전자 자체는 1982년 처음 발견됐다. 2021년 5월 암젠의 루마크라스가 첫 KRAS 표적항암제로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연구·개발 40년 만에 이룬 성과다.

루마크라스에 이어 지난해 12월 크라자티가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얻었다. 현재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두고 암젠과 미라티가 양강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파마 사노피가 미라티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노피가 아니더라도 다국적 제약사가 미라티를 인수할 수 있다는 소식에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이날 미라티의 45.44% 주가 급등은 2017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었다.

동시에 경쟁사 암젠에게 악재가 터졌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루마크라스의 FDA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날 FDA 자문위원회는 루마크라스의 정식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 3상 시험의 신뢰도가 낮다고 밝혔다.

루마크라스는 FDA 가속승인을 받은 상태다. 정식으로는 허가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식 품목허가를 받으려면 시판 이후 추가로 임상 시험을 진행해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FDA 자문위원들은 이 추가적인 임상 시험의 평가 방법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추가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가속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다만 FDA는 루마크라스의 품목허가 취소 가능성에 말을 아꼈다. 당장 시장에서 철수시키겠다는 건 아니며 당분간 환자가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자문위원회의 판단은 구속력이 없지만 FDA는 대체로 이를 따르는 편이다. FDA는 오는 12월 말까지 루마크라스의 정식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루마크라스의 실패는 경쟁 약 크라자티를 보유한 미라티에게 호재다. 그러나 크라자티도 EMA(유럽의약품청) 품목허가가 불투명해 마냥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또 크라자티도 루마크라스와 마찬가지로 FDA 가속승인을 받은 상태다. 똑같이 정식 품목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루마크라스의 실패가 미라티에게 무조건 좋은 소식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KRAS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파로스아이바이오와 'AI 기반 KRAS 저해제'의 기술이전,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도 지난 7월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KRAS 표적 항암 신약 발굴을 목표로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국내 제약사 중 개발이 가장 앞선 곳은 나이벡이다. 나이벡은 'NIPEP-TPP'라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효과적으로 KRAS 타깃 항체를 암세포에 전달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폐암·대장암을 대상으로 4개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에 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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