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선, 역시나 ‘정책’보단 ‘정쟁’[이런정치]

2023. 10. 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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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앞두고 불거진 거주지 의혹 공방 지속
與 “등촌동 아파트 보유 진교훈, 재건축 이해충돌”
野 “실거주지 의혹 김태우 억지주장, 비열한 정치”
진교훈 더불어민주당(왼쪽),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3일 각각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와 화곡역 교차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력 후보들이 공약 경쟁은 뒤로 한 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뚜렷한 공약 차이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는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에 나서고 있다.

6일 정치권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자 여야가 정쟁에 더욱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로 떠오르자 ‘文정부 대 尹정부’, ‘검찰 대 경찰’ 등의 프레임을 걸기 위한 전략적 후보자 선정에 나섰던 바 있다. 각 당의 총력을 동원한 유세 기간에는 상대 후보 공약에 대한 정책 검증이 아닌 서로를 깎아내리는 의혹 제기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의 거주지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거주지 논쟁은 야권 인사인 여선웅 전 문재인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의 김 후보에 대한 거주지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여 전 정책관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김 후보가 2022년 7월 구청장 재임 때 신고한 재산 내역에 본인 소유 부동산이나 임차한 부동산 전세권이 없다. 강서구에 산 것이 맞느냐”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김 후보는 “강서구에 실제 거주했으며 재산신고 항목을 오인해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여 전 정책관의 해당 SNS 게시물을 ‘가짜뉴스’로 방심위에 신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푸르지오아파트 경로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간담회장에 들러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은 김 후보의 현재 거주지에 대한 의문도 거두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김 후보가 정작 구청장 출마를 한 강서구에서는 전세로 집을 얻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김 후보자의 실거주지가 강서구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성남시 분당구와 성동구 성수동에 각각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한 반면 강서구에서는 보증금 1000만원 전세에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외치더니 양두구육 정권의 전형이자, 자칭 공익제보자의 위선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 측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아파트 괴담’이라며 반박했다. 김 후보 5일 성명서를 통해 “제 명의의 분당 아파트는 결혼 전부터 보유한 용인 아파트를 결혼 후 분당으로 갈아탄 것이고, 배우자 명의의 성수동 아파트는 결혼 전부터 보유하던 아파트”라며 “민주당은 마치 저와 아내가 의도적으로 강서구 외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처럼 호도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청에 마련된 화곡제6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

‘거주지 논란’에 방어 자세를 취하던 김 후보도 최근 진 후보를 겨냥해 ‘거주지 문제제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 후보의 등촌동 아파트를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강서구 등촌동에 아파트를 소유한 진 후보가 등촌동 일대 재개발을 주도하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후보는 “진 후보는 선거 공보물의 동별 공약에 ‘등촌동 일대 재개발, 재건축 적극 추진 및 지원’이라고 기재했다. 그런데 등촌동에 30평 후반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진 후보가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등촌동 재개발을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공직자 이해충돌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현재 화곡동에 소재한 아주 낡은 빌라에 월세(보증금 1억원, 월세 30만원)로 살고 있다. 화곡동 주민들의 불편함을 직접 공감하며 재개발·재건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강서구에 집을 보유하지 않은 저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어떠한 오해나 의심도 사지 않고 속전속결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곧장 김 후보의 주장이 “황당무계한 궤변”이라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 주장대로라면, 지역구에 집을 가진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은 이해충돌방지법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자신에게 쏠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고 억지 주장으로 경쟁 후보를 엮으려는 행태야말로 비열한 정치”라는 입장을 냈다.

강 대변인은 김 후보의 실거주지 의혹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그는 “김 후보께 묻는다. 올해 3월부터 관보에 나온 재산 내역의 변화는 무엇이며, 거주한다고 밝힌 보증금 1억 원, 월세 30만 원인 빌라 이외에,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인 임차권은 무엇이냐”라며 “김 후보가 아무리 ‘가짜뉴스’로 청렴하고 유능한 ‘진짜 강서사람’ 진교훈 후보를 엮으려고 해도, 강서주민들은 절대 속지 않는다”고 했다.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은 선거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의 주요 공약이 원도심 재건축·재개발, 김포공항 고도 제한 완화 등으로 겹쳐 정책적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 싸움보단 각종 논란 제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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