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는 왜 19금 '크레이지 호스 쇼'에 출연했을까

홍혜민 2023. 10. 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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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프랑스 파리 3대 카바레 '크레이지 호스'서 3일간 공연
女 무용수 노출 수위·파격적 퍼포먼스...'예술 or 외설' 엇갈리는 시선
리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크레이지 호스쇼' 출연 소감과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리사 SNS

"크레이지 호스에서 정말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자리 메울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달라."

그룹 블랙핑크 리사가 프랑스 파리 크레이지 호스에서 3일에 걸쳐 공연을 선보인 뒤 밝힌 소회다. 이와 함께 그는 크레이지 호스 공연 당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함께 공개했다.

크레이지 호스 쇼는 공연 중 촬영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만큼 공연 당시 리사의 모습이 제대로 공개된 것은 해당 사진이 처음이었다. 출연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의견이 분분했던 크레이지 호스 쇼 무대에 섰던 리사는 파격적인 노출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은 채 공연 중인 모습으로 팬들과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크레이지 호스 쇼 출연, '뜨거운 감자' 된 이유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공연장에서 진행된 리사의 크레이지 호스 쇼 출연은 그간 팬들과 대중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리사의 크레이지 호스 쇼 출연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유는 해당 공연의 성격 때문이었다.

크레이지 호스는 물랑루즈, 리도와 함께 프랑스 파리 3대 카바레로 꼽힌다. 카바레란 큰 무대를 갖추고 다양한 공연을 보며 술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유흥업소로, 파리를 대표하는 3대 카바레 중에서도 크레이지 호스는 여성 무용수들의 높은 노출 수위와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전위 예술가인 알랭 베르나댕이 1951년 기획한 크레이지 호스 쇼는 여성 무용수들의 육체에 화려한 조명, 감각적인 안무와 음악 등을 더한 공연을 주로 선보여왔다.

크레이지 호스 쇼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통 있는 카바레 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성 무용수들의 과도한 노출 의상과 아트 누드쇼 퍼포먼스를 두고 '예술' '외설'로 의견이 분분하다. 일례로 지난 2015년 개최된 크레이지 호스의 내한 공연은 높은 수위 탓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구분됐음은 물론, 선정성 논란과 높은 가격 등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예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선이 쏟아진 가운데, 리사가 이번 크레이지 호스 쇼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평소 해당 공연을 즐겨 관람했던 리사의 의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이지 호스의 디렉터는 한 인터뷰를 통해 리사가 쇼를 몇 차례 관람한 뒤 출연진들을 만나러 백스테이지에 방문했으며, 이를 계기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해당 디렉터에 따르면 리사는 이번 공연 기획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을 냈다. '특별 공연' 대신 기존 공연의 레퍼토리에 자신이 일원으로 참여,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그가 요청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리사는 크레이지 호스의 기존 무용수들과 함께 등장해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는 입고 있던 셔츠 등을 현장에서 과감하게 벗어 던진 뒤 비키니 스타일의 과감한 공연 의상으로 공연을 전개하는 등 크레이지 호스 쇼의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쇼를 선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술과 외설 사이, 리사를 향한 다양한 시선들

리사의 크레이지 호스 쇼 출연은 매 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 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과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리사가 자신의 예술성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무대로 크레이지 호스를 선택한 것이며,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해당 공연이 외설적인 것이 아닌 전통과 권위 있는 대표적인 카바레 쇼로 여겨진다는 점 등을 들며 이번 공연도 아티스트로서의 행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블랙핑크의 활동 반경이 국내에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된 만큼 이들이 예술적 행보를 펼칠 수 있는 무대의 스펙트럼 역시 넓어졌다는 시선이다.

하지만 또 다른 팬들과 대중은 그의 크레이지 호스 무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를 향한 비판적 시선의 핵심은 '여성의 성 상품화 조장'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다.

이는 그간 K팝 걸그룹 시장이 주창해 온 일련의 변화와도 맞닿아있다. K팝 걸그룹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 아이돌 멤버들의 성적 대상으로 보고,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인식을 타개하기 위해 오랜 변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많은 걸그룹들이 불필요한 노출이나 섹슈얼한 모습만을 강조한 퍼포먼스를 지양하고 보다 주체적이고 다양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변화의 일환이다.

이러한 상황 속 리사가 여성 댄서들의 과도한 노출 의상, 섹슈얼함이 강조된 퍼포먼스 등으로 끊임없이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논란을 빚어온 크레이지 호스 무대에 선다는 소식은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리사의 크레이지 호스 쇼 출연 소식이 전해진 뒤 전해진 우려와 비판적 반응의 상당수는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공연에 대한 지적이 중심이었다. 물론 리사가 해외 멤버인데다 블랙핑크가 국내만큼이나 해외 활동에 주력해 왔지만 여전히 이들이 'K팝 대표 걸그룹'으로 불리는 상황인만큼 그의 행보가 갖는 영향력에 대한 적절한 고민이 수반될 필요는 있었다.

마냥 '무대를 해선 안 된다'라는 시선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리사가 해당 공연 출연 전후로 직접 크레이지 호스 쇼를 선택한 배경과 무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함께 밝혔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물론 아티스트에게는 자신이 바라는 무대에 설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클수록 자신이 서는 무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마련이다. 일각에서 그에게 전해진 실망스러운 반응은 그가 크레이지 호스라는 무대에 서고자 했던 이유나 의도에 공감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자신의 무대와 행보에 대한 자신감과 확실하다면, 어느 정도 그 당위성을 대중에게 납득시킬 필요 역시 있지 않을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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