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편집·댓글 테러' 中 관중 잠재운 안세영 "응원? 별로 안 하던데요"
'배드민턴 여왕'이 펼친 절정의 기량에 극성 맞은 중국 팬들도 입을 다물었다.
안세영(21·삼성생명)은 6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가볍게 제압했다. 43분 만에 세트 스코어 2 대 0(21-10 21-13) 완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로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금메달을 따낸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 진출이다. 남자 선수로는 2002년 부산 대회 은메달리스트 이현일의 단식 결승 진출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안세영은 지난 1일 여자 단체전에서 29년 만의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의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5위 허빙자오는 지난해까지 안세영에 4연승을 달렸지만 올해 4승 5패로 열세에 몰린 데 이어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지만 현격한 기량 차이를 드러냈다.
1세트 초반은 7 대 7까지 맞서 경기가 자못 팽팽했다. 그러나 안세영이 절묘한 로브로 허빙자오를 흔든 뒤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상대 공격은 모조리 받아낸 안세영은 앞뒤 좌우로 현란하게 셔틀콕을 보내면서 허빙자오를 지치게 만들었다. 허빙자오는 안세영의 드롭샷에 안간힘을 썼지만 라켓이 헛돌았다.
경기 후 안세영은 "이기면 항상 너무 좋다"면서 "너무 즐겁게 게임을 뛰어서 그런가 재미있는 경기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예상한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서 너무 좋았다"면서 "초반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스트로크 실수를 했는데 힘을 많이 빼고 가볍게 치자는 게 먹혀서 점수 차를 벌렸다"고 분석했다.
사실 허빙자오는 지난 1일 여자 단체전 결승과 관련해 일고 있는 논란에 본의 아니게 연관이 돼 있다. 당시 허빙자오는 3단식에서 김가은(삼성생명)에 0 대 2로 졌는데 중국 팬들이 악의적인 편집으로 논란을 만들고 있다. 김가은이 승리 뒤 성지현 코치와 하늘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은 포즈를 취했는데 패배해 낙담하는 허빙자오를 따라해 놀렸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두 장면이 비슷한 포즈이라고 해도 동시간대가 아닌 데다 김가은은 경기 후 허빙자오의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일부 중국 팬들이 마치 김가은과 성 코치가 허빙자오를 보고 놀리듯 따라하는 것처럼 동영상을 이어 붙였고, 중국에서 1억 뷰를 돌파할 만큼 이슈가 됐다.
중국 팬들의 욕설 댓글 테러에 김가은은 SNS 댓글 기능을 차단한 상태. 현지에서 김가은을 응원하고 있는 소속팀 삼성생명의 길영아 감독은 "김가은이 너무 속상해 하고 있다"면서 "졌다고 무고하게 이긴 선수를 공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펼쳐진 4강전. 중국 팬들은 '놀림'(?)을 당했다고 여겨지는 허빙자오에 대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허빙자오는 최강 안세영을 넘을 수는 없었다.
경기 후 안세영은 중국 관중이 펼치는 응원 영향에 대해 "이미 적응을 했고, 내가 득점하면 (현지) 한국 팬들의 응원에 더 힘을 얻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중국 별로 응원 안 하던데요?"라고 쿨하게 답했다. 워낙 경기를 압도해서 중국 관중이 응원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뜻이다.
전날 8강전 승리 뒤 안세영은 선배 김가은을 응원했다. 김가은과 중국의 천위페이(3위)의 8강전에 대해 안세영은 "가은이 언니가 충분히 잘 해서 천위페이는 게임이 안 될 거 같다"면서 "공격력이 워낙 강해서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가은은 이어 열린 8강전에서 선전했지만 아쉽게 천위페이에 1 대 2로 졌다.
일단 안세영은 중국 관중의 응원을 잠재우며 허빙자오를 잡았다. 7일 결승에서는 천위페이-오호리 아야(일본)의 4강전 승자와 맞붙는다. 오호리가 세계 랭킹 20위여서 천위페이가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안세영이 허빙자오에 이어 천위페이까지 잡아 또 다시 경기장에 중국 관중의 침묵시키고 한국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드높일지 지켜볼 일이다. 이미 안세영은 단체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2 대 0으로 완파한 바 있다.
항저우=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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