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밀워키 또 광속 탈락, 카운셀 감독의 가을 야구 잔혹사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의 가을이 시작됐다. 그리고 가을의 출발은 매우 짧았다. 4개 시리즈가 성사된 포스트시즌 라운드에서 모두 스윕이 나온 건 사상 처음이다.
정규시즌 99승 탬파베이 레이스의 탈락은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 못지않게 자존심을 구긴 팀이 바로 밀워키 브루어스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팀으로 3번 시드를 획득했지만, 6번 시드로 올라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함락당했다. 참고로 '디애슬레틱' 필진들은 시리즈 설문 조사에서 85%가 밀워키의 승리를 주장했다.
이번 와일드카드 시리즈의 관심사 중 하나는 중부지구 우승팀들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양 리그 중부지구 우승팀들이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했다.
최근 중부지구는 다른 지구에 비해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도 양 리그 중부지구 우승팀들이 다른 지구 우승팀들에 비해 승률이 낮은 탓에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러야만 했다(클리블랜드 가디언즈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지구 팀들간의 맞대결이 줄어든 올해는, 각 지구의 경쟁력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구별 도합 승률을 살펴보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무려 0.554에 달했다. 반면, 양 리그 중부지구는 모두 5할이 되지 않았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는 0.442(358승452패)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0.499(404승406패)였다.
이로 인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내심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팀 미네소타 트윈스를 만나려고 애를 썼다. 시드가 확정되지 않았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번 시드를 따내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미네소타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미네소타와 달리 밀워키는 중부지구 우승팀의 체면을 지키지 못했다. 밀워키가 떨어지면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포스트시즌에서 또 고개를 숙였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이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승리한 건 2019년 디비전시리즈가 마지막이다. 세인트루이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3승2패로 꺾은 이후, 그 누구도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했다.
이후 NL 중부팀 포스트시즌 시리즈
2019 NLCS : 0승4패 / 세인트루이스 vs 워싱턴
2020 NLWC : 0승2패 / 신시내티 vs 애틀랜타
2020 NLWC : 0승2패 / 컵스 vs 마이애미
2020 NLWC : 1승2패 / 세인트루이스 vs 샌디에이고
2020 NLWC : 0승2패 / 밀워키 vs 다저스
2021 NLWC : 0승1패 / 세인트루이스 vs 다저스
2021 NLDS : 1승3패 / 밀워키 vs 애틀랜타
2022 NLWC : 0승2패 / 세인트루이스 vs 필라델피아
2023 NLWC : 0승2패 / 밀워키 vs 애리조나
2020년은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대신 포스트시즌 일정이 확대됐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팀만 16팀이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피츠버그 파이러츠를 제외한 네 팀이 올라갔다. 그러나 하나같이 희생양이 됐다. 최근 내셔널리그 중부팀은 포스트시즌 성적이 2승20패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밀워키의 수난도 이어졌다. 2018년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스윕을 만들어냈다. 비록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다저스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2018년 밀워키는 결코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밀워키의 포스트시즌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2019년 와일드카드 경기가 시발점이었다. 7회까지 3대1로 앞섰던 경기를 마무리 조시 헤이더가 날렸다. 이 경기를 비롯해 밀워키는 최근 네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한 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밀워키에게 악몽이었던 2019년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패전투수 헤이더, 결승타를 친 후안 소토, 치명적인 실책을 범한 트렌트 그리샴은 훗날 같은 팀 동료가 된다.
올해 밀워키는 지난 포스트시즌 실패들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였다. 단기전에서 부각되는 요소들이 강점이었다. 팀 평균자책점 3.73은 전체 1위, 9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도 2.68로 낮추면서 전체 1위를 유지했다.
각종 수비 지표 역시 최상위권이었다.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를 의미하는 OAA에서 플러스 41로 팀 전체 1위였다. 디펜시브런세이브(DRS)도 플러스 69로 전체 2위였다. 득점력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지만, 경기 당 평균 4.49득점은 마운드와 수비를 통한 실점 억제력을 고려하면 상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밀워키가 믿는 또 다른 부분은 크렉 카운셀 감독이었다. 카운셀은 탁월한 운영으로 밀워키의 전력을 극대화시킨 인물이다. 경기를 바라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통계 분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는 감독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카운셀은 근접전 승부에 능했다. 특히 한 점차 싸움에서 이길 줄 알았다. 올해 밀워키는 한 점차 경기 성적이 29승18패였다. 승률 0.617는 마이애미 말린스(33승14패 0.702)와 볼티모어 오리올스(30승16패 0.652)에 이은 전체 3위였다. 카운셀은 올해뿐만 아니라 감독 데뷔 후 한 점차 경기에서 성적이 212승161패다. 이 부문 승률 3위에 해당한다.
역대 감독 한 점차 경기 승률 (300경기 이상)
1. 얼 위버 : 0.574 (451승 335패)
2. 프랭크 챈스 : 0.571 (281승 211패)
3. 크렉 카운셀 : 0.568 (212승 161패)
4. 해리 라이트 : 0.567 (246승 188패)
공교롭게도 밀워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 두 경기가 모두 석 점차 이내 근접전 승부였다. 심지어 경기 초반 먼저 점수를 뽑았지만, 밀워키 특유의 지키는 야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밀워키와 카운셀의 장점이 발휘되지 않으면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코빈 번스의 난조가 뼈아팠다. 브랜든 우드러프의 어깨 부상으로 1선발 번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1차전 선발로 나온 번스는 2회까지 석 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3회부터 홈런 3방을 허용하면서 바로 리드를 빼앗겼다. 애리조나 선발 브랜든 팟이 2⅔이닝 3실점으로 내려간 가운데 번스도 4이닝 4실점으로 확실한 차이를 두지 못했다.
밀워키는 1차전에서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도 크게 흔들렸다. ⅔이닝 2실점(1안타 3볼넷)에 그쳤다. 마운드의 핵심인 에이스와 마무리가 동시에 무너진 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카운셀 감독은 윌리엄스가 31구까지 던지는 모습을 그냥 지켜봤다. 9회 말 반격을 위해 9회 초 마무리를 올릴 수는 있지만, 윌리엄스가 평소 같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윌리엄스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 건 분명하나, 교체 타이밍을 놓친 카운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또 다른 패인은 타선의 침체다. 두 경기 도합 1득점에 머무른 탬파베이보단 나았지만, 당초 목표로 둔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마련하지 못했다. 1차전 5회 말 무사 만루, 2차전 8회 말 1사 만루 모두 득점 없이 물러났다. 두 경기 도합 잔루가 20개였다. 애리조나의 호수비에 가로 막힌 타구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타선의 해결사가 없었다.
사실 밀워키는 애리조나보다 안타를 더 치고 나갔다. 희비가 엇갈린 건 장타였다. 애리조나는 15안타 중 장타가 6개였고, 밀워키는 21안타 중 장타가 3개뿐이었다.
원래 밀워키는 장타가 약점으로 꼽힌 팀이었다. 포스트시즌 팀들 중 홈런 생산과 장타력이 가장 떨어졌다. 즉, 밀워키는 뛰어난 점들이 가려진 데 반해 부족한 점은 두드러진 시리즈였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은 달랬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또 다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탈락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카운셀은 벌써 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실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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