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홈팬 침묵시킨 배드민턴 안세영 “중국, 응원 별로 안 하던데요?”

항저우/김영준 기자 2023. 10. 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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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준결승 경기들이 펼쳐진 6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는 중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홈 관중들이 가득 찼다. 이들은 중국 선수들이 득점을 낼 때마다 체육관이 울릴 정도로 함성을 쏟아냈고, 중국이 실점을 할 때는 “짜요(加油·힘내라!)”를 외쳐댔다.

하지만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1)과 5위 허빙자오(26)의 대결 때는 중국 관중들 응원에 힘이 떨어졌다. 안세영은 이날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대0(21-10 21-13)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1세트부터 ‘더블 스코어’ 이상 격차를 만들어내는 등 안세영이 일방적으로 압도한 경기였다. 중국 관중들의 응원 의욕도 사라질 만한 경기 내용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안세영은 ‘중국 팬들의 응원을 잠재운 것 같다’는 질문에 “중국, 응원 별로 안 하는 것 같던데요?”라며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그는 “중국 관중이 많은 이곳 환경에는 진작 적응을 했다”며 “중국 관중의 응원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득점했을 때 한국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게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에 대해 “내가 예상한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서 좋았다”며 “초반에 스트로크 실수가 있었는데 그 후 힘을 빼고 가볍게 치자는 생각을 한 게 잘 먹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길 때는 항상 너무 좋다. 즐겁게 경기를 뛰었다. 오늘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여자 배드민턴계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모습을 보인다. 올해 8월 세계선수권 대회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안세영의 ‘천적’이라고 불렸던 중국 천위페이(25),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26) 등도 올해 들어서는 안세영보다 한 수 아래다.

그가 이날 준결승에서 상대한 허빙자오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세영에게 4전 전패를 안겨준 선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안세영이 6연승을 달렸다. ‘그동안 약했던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하면서 스스로 기량이 늘었다는 걸 느끼느냐’는 질문에 안세영은 “예전엔 기계처럼 뛰기만 했었다. 이제는 멋진 장면들도 만들어내는데, 그럴 때 스스로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런 장면이 나왔을 때 더 신나서 뛰게 된다”고 했다.

안세영의 결승 상대는 세계 랭킹 3위 천위페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천위페이는 6일 저녁 일본 오호리 아야(세계 20위)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천위페이를 상대로는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만나 2대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오전에 준결승 경기를 끝낸 안세영은 “코치님의 말을 따르겠지만 방에서 쉬기보다는 나와서 경기를 지켜볼 것 같다. TV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게 다르다”며 천위페이 경기를 관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경기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해서 결승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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