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론 7.5%… 23년 만에 최고치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가 7.5% 선에 바짝 다가가면서 23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가계부채 조정이 이뤄지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프레디맥은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의 평균 이자율(고정금리)이 지난주 연 7.31%에서 금주 7.49%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년물 모기지론의 이자율은 2000년 12월 8일(평균 7.54%) 이후 약 2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년 전만 해도 30년물 고정금리는 6.66%였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을 지나면서 모기지 금리가 7%선을 돌파해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만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대출을 갈아타는 기존 주택 소유자가 주로 찾는 15년물 모기지론(고정금리)의 평균 금리도 지난주 6.72%에서 금주 6.78%로 상승했다. 1년 전에는 평균 5.90%였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대출을 받은 주택 구매자는 매월 수백 달러의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된다.
실제 주택 구입 수요는 감소하지만, 대출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 융자 신청서에 기재된 월별 지불액의 중간값은 217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했다.
반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밥 브룩스믹(Bob Broeksmit) 모기지은행가협회 회장은 "지난주 주택 구매 신청 건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동시에 집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샘 카터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시장의 변화, 연방준비은행(연준, Fed)의 다음 조치에 관한 불확실성 등의 요인이 한 세대 만에 가장 높은 모기지 금리를 기록하는 원인이 됐다"며 "따라서 당연히 주택 구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현재 다시 치솟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더 장기간에 더 높은 수준으로 연방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모기지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P>는 "모기지 금리는 금융기관이 대출상품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동반 상승해 왔다"며 "연은이 장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리라는 예상이 최근 몇 주간 모기지론 금리의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장 대출 부담이 커진데다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택 구매 수요가 떨어지는 한편, 주택 구매 의향이 큰 수요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더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근래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배경이다.
<AP>는 "올해 1~8월 미국의 주택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했다"며 "(판매자가 매물을 줄임에 따라) 고금리와 주택 재고 감소가 결합해 주택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모기지론 금리가 추가 상승해 8% 수준에 이를 가능성은 현재로선 고려되지 않고 있다.
리사 스터티번트(Lisa Sturtevant) 브라이트ML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30년 고정 금리 모기지 금리의 격차는 약 3%포인트"였지만 "8% 모기지 금리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리얼터닷컴의 지아이 쉬(Jiayi Xu) 이코노미스트도 "모기지 금리는 장기간 7% 기준점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지 수요 감소는 결국 미국 가계의 부채 조정이 이뤄짐을 의미한다. 여전히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이어가는 한국과 다른 형편인 셈이다.
앞으로 모기지론에는 미국의 경제 성적표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는 6일(한국 시간 7일 오전) 발표될 노동통계국의 9월 일자리 보고서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쉬 이코노미스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은이 올해 실업률을 6월 4.1%에서 3.8%로 낮췄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다가오는 9월 고용 보고서가 (연은 전망이) 경제와 일치하는지, 앞으로 길을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 지를 알려줄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 수치가 약세를 보이면 모기지 금리가 떨어질 수 있지만, 고용 상황이 여전히 견조하다면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프레디맥은 미국의 국책 담보대출업체다. 지난 2008년 당시 주택저당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던 패니메이와 함께 부실 모기지론을 합성해 신종 파생상품으로 바꿔 시장에 유통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은 곳이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모기지론 7.5%… 23년 만에 최고치
- 민주당 "김행, 사상 초유 청문회장 이탈…본인도 떳떳하지 않음 자인"
- 정부·여당, 국감 앞두고 "양평고속道, 원안보다 대안이 경제성 높아"
- 이재명 '구사일생' 후폭풍, 어떤 경우든 '사생결단'
- 김행, 국민의힘 의원들과 청문회장 일방 퇴장…野 "어딜 도망가"
- 유인촌 "블랙리스트 존재하지 않아…왜 나를 구속 안 시켰나 궁금"
- [만평] 잠꼬대…
- 올림픽 9달 앞둔 프랑스 파리서 '빈대 소동'…열차에 탐지견 푼다
- 김행 "여성부, 국가 지속가능성 담보하는 부처"…그런데 왜 폐지?
- 김행, 주식파킹보다 무서운 건 '반(反)여성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