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빅4 부채만 300조… 공기업 부실에 국민부담만 가중

전세원 기자 2023. 10. 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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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 안정과 민생 경제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더 미룰 경우 공기업 부실과 공공서비스 질적 하락뿐 아니라 국가 거시경제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기업 부채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채 등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요금 인상 없이 효율화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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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감면에 재정적자 심화
시장형 공기업 부채수준 심각
한전 192조·가스공사 52조
코레일 요금인상 12년간 동결
35조 적자 도공이 통행료 면제
“채권 발행으로 재무개선 불가
시장원리 맞춰 미세인상 필요”

정부가 물가 안정과 민생 경제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더 미룰 경우 공기업 부실과 공공서비스 질적 하락뿐 아니라 국가 거시경제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각종 무리한 정책을 공기업에 떠넘기며 공기업 부실화를 가속화시킨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시장 원리에 맞게 미세조정 수준으로라도 요금을 올리되,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6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공기업의 강도 높은 효율화 방안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요금 인상 없이는 공기업들이 스스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들의 부실은 심각하다. 시장형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85% 이상·자산 금액 2조 원 이상, 준시장형 공기업은 자체수입비율이 50~85%인 경우 지정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국제연료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로 올 상반기까지 손실 규모가 47조 원, 부채는 200조 원(연결기준)을 넘어섰다.

한국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올 2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발전연료 매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아 발생하는 사실상의 손실금)은 12조2435억 원으로 1분기 말 11조6000억 원에서 약 6000억 원 늘었다. 한전채뿐 아니라 가스공사 사채발행 한도 역시 이번 겨울철 천연가스 수요를 고려하면 소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채도 20조 원에 육박하지만 2011년 이후 여객 요금 인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도 지난해 기준으로 35조80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은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난 추석 연휴에도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들 공기업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공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가부채(공공부문부채·D3)에 해당하는 만큼 전체 국가신용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가 부실한 공기업을 끌어안고 있다는 자체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공기업도 망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 개발에 동원돼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결국 한국광해광업공단에 통폐합됐다.

공기업 부실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도 취약해진다는 점에 있다. 한전의 경우 재무악화가 이어질 경우 기자재·공사 발주 감소나 설비투자 최소화 등이 불가피하다.

신규 원전, 재생에너지 수용 등 국가에너지 믹스를 위한 전력망 확충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첨단산업 육성이나 에너지 안보 등도 위협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적정한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기업 부채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채 등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요금 인상 없이 효율화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원·박정민·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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