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느라 지갑 얇아졌다” 2분기 가계 여윳돈 ‘반토막’

2분기 자금순환 3조6000억원...전년 대비 4조1000억원 감소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정부의 여유자금이 1년 전과 비교해 4조원 넘게 줄어 반토막 났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은 비슷했지만, 소비와 주택투자가 늘어난 탓이다.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해 조달하는 자금을 크게 줄였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은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7조8000억원)과 비교해 4조1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의미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즉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감소했다는 건 여유자금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 금액이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표현한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 비영리단체 여유자금이 급감했다. 2분기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28조6000억원으로 1년 전(52조9000억원)보다 24조3000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 소득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소비 증가세 지속, 주택투자 회복 등으로 여유자금이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 규모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여유자금이 줄면서 주식, 예금을 중심으로 자금 운용이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는 44조4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89조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금조달은 대출금리 상승 등 대출수요가 줄면서 장기대출금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기업의 여유자금은 순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자금 운용이 늘어난 것보다 자금조달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일반기업으로 대변되는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1조1000억원으로 1년 전(52조4000억원)보다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경기 불확실성 따른 투자 부진 등으로 순조달 규모가 축소됐다”며 “높은 대출금리, 투자 부진 지속 등 대출수요가 줄어들고, 민간기업의 회사채 선차환 발행의 영향으로 채권발행도 축소되면서 조달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는 순조달 규모가 8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 부진 등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했지만, 지출이 더욱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동기(22조3000억원) 대비 13조6000억원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출이 줄면서 자금조달이 줄었다고 한국은행은 진단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규모는 확대됐다.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22배로, 전분기 말(2.21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2.13배)와 비교해도 늘어났다. 올해 1분기 보험약관 대출이 제외됨에 따라 금융부채 수준이 낮아져 발생한 착시효과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