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줄고 소득 정체…나라 '여윳돈' 반토막 난 3.6조원

2분기 자금순환…국내 순자금운용 전년비 -4.1조
가계 여윳돈 감소…투자 부진에 기업 순조달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2분기 국내 경제 주체들의 '여윳돈'이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이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자금순환 잠정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지난해 같은 분기(7조8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 감소한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금운용이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제외한 값으로, 빌려 온 돈은 빼고 순수하게 예금·주식·펀드·연금 등의 금융자산으로 굴린 돈을 뜻한다.

국내 여윳돈이 이같이 감소한 것은 2분기를 기준으로는 2020년(-1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송재창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이번 순자금운용 규모 감소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축소되면서 국내로 유입된 여유자금 규모가 모두 감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8조6000억원으로 1년 새 24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로써 가계 여윳돈은 모든 분기를 통틀어 2021년 3분기(20조3000억원) 이후 최소치를 경신했다.

가계가 빌린 돈(자금조달)과 굴린 돈(자금운용) 모두 줄었으나, 굴린 돈(89조→44조4000억원)의 감소 폭이 빌린 돈(36조1000억→15조8000억원)의 감소 폭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송 팀장은 "가계의 소득 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소비 증가세가 지속하고 주택 투자가 회복되면서 여유자금이 감소했다"면서 "1년 전에는 코로나19 손실 지원금이 이전소득으로 잡혔는데 올해 2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진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빌린 돈이 1년 전보다 감소한 데 대해서는 "작년보다 대출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라며 "대출 수요가 줄어 장기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가계의 채권 운용은 증가(9조1000억→11조2000억원)한 반면 전체적인 여유자금 감소 여파로 주식·예금 운용은 크게 축소됐다. 예금은 1년 전 39조3000억원에서 28조2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고, 주식은 24조6000억원에서 마이너스(-) 2조4000억원으로 25조원 넘게 급감했다.

기업과 정부의 순조달 또한 축소됐다. 1년 전보다 오른 금리와 투자 부진 등으로 빌린 돈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분기 비금융법인의 순조달 규모는 21조1000억원으로 1년 전(-52조4000억원)에 비해 31조2000억원 축소됐다. 이는 비금융법인의 자금조달이 98조1000억원으로 1년 전(198조1000억원)보다 100조원 급감했기 때문이다.

송 팀장은 "유가 하락 등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부진 영향으로 기업 순조달이 축소됐다"며 "기업 자금조달이 감소한 데에는 대출 수요 감소와 함께 전분기 중 회사채 발행으로 인한 채권 발행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기업 순조달이 이같이 감소한 것은 2021년 2분기(3조3000억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비금융법인의 자금운용은 1년 전(145조7000억원)과 비교해 68조8000억원 줄어든 7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의 운전자금 확보 노력 등으로 채권과 저축성예금 운용이 줄어든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정부의 순조달 규모는 8조7000억원으로 1년 전(22조3000억원)에 비해 13조6000억원 축소됐다.

경기 부진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했으나 정부지출이 더욱 크게 감소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줄었다.

송 팀장은 "경기 부진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했는데 문제는 지출이 더 크게 줄었다는 점"이라며 "방역과 손실지원금 등 코로나19가 정부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