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는 데 돈 썼다'…가계 2분기 여윳돈 28.6조로 반토막

최정희 2023. 10.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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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 2분기 자금순환 잠정 발표
가계여윳돈, 1년 전보다 24.3조 줄어
주택 투자 회복 등에 여윳돈 감소한 탓
대출금리 전분기보다 내려 장기대출금 11.5조로 급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주택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쪼그라들었다. 2분기 가계 여윳돈은 28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반토막 났고 전분기 대비로는 더 크게 감소했다.

주택 투자 심리에 ‘장기대출’도 증가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금융자산 거래액에서 금융부채 거래액 차감)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7조8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국내 유입된 여유자금이 감소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여윳돈은 28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52조9000억원)대비 24조3000억원 감소했다. 전분기(76조9000억원)와 비교해선 반토막 이상 축소된 것이다.

가계의 자금조달은 1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7조원) 대비 증가세로 전환됐다. 주택투자 회복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 2분기 7만5000호에서 올 2분기 9만4000호로 늘어났다. 대출금리 또한 4.82%로 1년 전(4.14%)보다는 상승했지만 전분기(5.22%)보다는 하락했다. 이에 장기대출금이 11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4조6000억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됐다. 1년 전 장기대출금(32조2000억원)보다는 축소됐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등 기타금융기관에서의 차입이 8조4000억원 증가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지속에 주로 신용대출에 사용되는 단기대출금은 1분기 6조8000억원 감소에 이어 2분기 7000억원 감소가 이어졌다.

출처: 한국은행
소득이 쪼그라들었지만 소비 증가세가 유지된 것도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분기 383만1000원으로 1년 전(394만3000만원)보다 감소했는데 가계소비지출은 전년동기비 4.8%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작년 2분기 8.4% 증가한 것에 비해선 쪼그라들었지만 증가세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여윳돈이 주택 투자에 대거 사용되면서 자금운용이 44조4000억원으로 1분기(69조800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주식으로 가는 돈은 2조4000억원 줄었다. 코스피 지수가 1분기 2410에서 2분기 2550으로 상승했음에도 차익실현으로 주식에서 빼는 자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예금은 28조2000억원 늘어났지만 1분기(62조2000억원) 급증한 것에 비해선 크게 줄었다. 예금은행 저축성수신 금리는 이 기간 3.64%에서 3.56%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채권으로는 11조2000억원이 이동해 1분기(4조6000억원)보다 증가했다.

기업 경기불안에 투자 안 해, 돈 덜 빌렸다

기업은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 2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52조4000억원)보다 순자금운용 마이너스 폭이 크게 줄었다. 기업은 주로 경제주체들에게 자금을 빌려와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인 게 일반적인데 2분기에는 2021년 2분기(-3조3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자금조달이 98조1000억원으로 1분기(-3조9000억원) 대비 증가 전환했으나 1년 전(198조1000억원)보다 급감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비용부담이 줄어든 데다 경기 불확실성 등에 투자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한은은 “높은 대출금리, 투자부진 지속 등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민간기업의 전분기(17조3000억원) 중 회사채 선차환 발행의 영향으로 채권 발행이 축소돼 조달이 크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채권 발행과 대출금은 각각 4조원, 17조3000억원으로 1년 전(8조3000억원, 67조2000억원)보다 급감했다.

기업이 빚을 덜 낸데다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자산을 통해 운용하는 규모도 76조9000억원으로 1년 전(145조7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저축성 예금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1분기(-17조6000억원)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1년 전(13조7000억원)보다도 급감했다. 채권 투자도 1분기 2조8000억원 감소, 2분기 5조원 감소로 집계됐다.

일반정부는 경기부진 등에 국세 수입이 감소했으나 지출을 더 크게 줄이면서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 8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23조1000억원)에 비해서 마이너스폭이 줄었을 뿐 아니라 1년전(-22조3000억원) 대비로도 부족한 여윳돈이 축소됐다. 국세수입이 2분기 91조5000억원 증가, 1년 전(107조2000억원)보다 급감했지만 경상지출도 같은 기간 178조3000억원에서 135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한편 총금융자산은 6월말 2경458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석 달 간 311조4000억원 증가했다. 현금 및 예금, 채권, 주식 및 투자 펀드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대출금 역시 늘어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2배로 전분기말(2.21배)보다 상승했다. 금융자산이 5078조9000억원으로 63조원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가 2287조원으로 14조6000억원 덜 증가한 영향이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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