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G e스포츠 금메달 김관우 “모두의 열정으로 비인기 종목 아쉬움 잊어”

김형근 2023. 10. 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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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제19회 아시안게임서 첫 정식 종목 대결이 펼쳐진 e스포츠 종목의 유일한 대전 격투 장르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부문은 FC 온라인의 동메달에 이어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며 비인기 종목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케 했다. 그리고 금메달의 주인공인 김관우는 ‘M.리자드’라는 선수명으로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대전 격투 게임의 대회에 모습을 보이며 격투 게임 커뮤니티의 터줏대감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려왔다.

쉽지 않은 여정 끝 많은 사람들을 환호케 한 그는 일정을 마무리한 직후 귀국해 가족과의 휴식 시간을 가진 그는 소속 팀 성남 스피릿 제로의 토크 스트리밍에 참여해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특히 강성훈 감독과 서로의 시점에서 바라본 대회 상황을 이야기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에 포모스는 최선을 다해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손에 쥔 주인공을 직접 만나 지금까지의 노력과 대회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시안게임 도전 위한 실력 향상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모습을 보고 농담으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지 질문을 하자 “제대로 화면에 나온 것도 아닌데 누가 알아보겠나.”라고 답하며 손사래를 친 김관우는 “대회 끝난 뒤부터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어 마스크를 썼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연휴 기간 동안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며 “처음에는 평소처럼 해외 대회에 가는 정도로만 생각하셨는데 뉴스에 여러 번 나오면서 금메달 획득에 기뻐서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렸다.”라고 말했다.

직장인과 선수 활동을 겸업하다 프로게이머 전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며,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성남시에서 지원 의사를 전해오셔서 스피릿제로 소속으로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게 됐다.”라고 과정을 이야기한 뒤 “엄청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원을 받으며 선수로 활동해본 적이 많지 않았기에 선수 활동에 몰두하며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도움을 준 사람들로 한국e스포츠협회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그리고 격투 커뮤니티를 꼽은 김관우는 “평소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훈련을 경험했다.”라고 그 동안의 훈련 과정을 평가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마련된 훈련 시설을 통해 게임 감각을 되살리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쳤으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는 멘탈과 체력을 집중 관리받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집중 관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멘탈과 체력 관리의 경우 전담 코치님이 계셔서 상담 및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백승원 코치님이 도와주신 멘탈 관리의 경우 스포츠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경기에 임할 때 어떤 심리 상태로 경기에 나서야 더 실력을 잘 내서 좋은 경기에 나설지에 대해, 장두희 트레이너께서 도움을 주신 체력 훈련의 경우 컨디션 조절이나 관절 부상 방지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승원 코치님이 ‘결승전 티켓을 샀으니 결승전에서 보자’라는 이야기를 해주신 점도 감사했으며 두 분의 그런 믿음 덕분에 제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해 두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우리나라 격투 커뮤니티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SFV는 후속작이 출시되면 자연스레 도태되는 시리즈물의 운명을 따르는 중이었던 만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스파링 상대를 구하는 일 또한 당연히 쉽지 않았던 것.

“감독님이 커뮤니티에 소식을 전했고 많은 분들이 자기 일인 것처럼 도움에 응했는데 그 중에는 정말 몇 년 만에 보는지도 모르겠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분들도 ‘얼마 만에 SFV를 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연습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향상시켰으며 그 향상된 실력을 제가 뛰어넘는 식으로 하다 보니 제 실력의 한계로 생각했던 수준 이상도 노릴 수 있게 됐다.”라고 훈련 상황을 설명한 김관우는 “감독님은 ‘한국 격투 게임계의 원기옥’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닐 만큼 정말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 경기에 너무 몰입해 정신 차려보니 끝나 있어

그런 훈련을 통해 경기가 치러질 항저우에 도착한 김관우는 1차전부터 연전 연승하며 계속 전진을 이어갔으며 상대들 중에는 그 동안 세계 무대에서 만났던 강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그 위기를 뛰어넘는 것 역시 자신의 실력을 믿은 자신감이 뒷받침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무래도 선수들이 저마다의 패턴이 있고 이에 대해 대비를 하더라도 그들 역시 다른 전략과 캐릭터를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기에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경기 상황을 설명한 뒤 가장 위기 상황으로는 일본의 ‘카와노’ 카와노 마사키와의 승자 2라운드 경기를 꼽았다. “첫 세트 마지막 라운드에서 상대 기술을 가드하기만해도 질 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과감하게 파고들면서 공격을 노렸던 것이 상대 허점을 제대로 공략하며 첫 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만일 이 경기를 졌다면 분위기를 넘겨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강성훈 감독이 꼽은 위기 순간이었던 싱가폴의 ‘브랜든’ 브랜든 텍 후이 치아와의 경기에 대해서는 “반대로 상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서 역전을 허용해 세트를 내줬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다음 경기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 승리했다.”라고 돌아봤다.
 

대만 선수들과의 대결이 이어졌던 승자 준결승전부터 최종 결승전까지의 대결 역시 서로를 잘 알고 대비까지 된 상태에서의 대결이었던 만큼 공방전이 이어졌으며 선수들의 수 싸움도 평소 이상으로 치열했다는 것이 김관우의 이야기다. ’게이머비’ 샹유린의 경우 승자 준결승 때는 루크만을 사용했던 반면 최종 결승전에서는 루크와 루시아를 번갈아 사용했고, ‘오일킹’ 린 리웨이의 경우 주 캐릭터인 세스에 라시드까지 꺼내며 압박해 왔지만 이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훈련 덕분에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했다는 것.

특히 샹유린과의 최종 결승전에 대해 “샹유린 선수가 패배 때마다 캐릭터를 바꾸는 전략을 썼던 것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사용한 캐릭터들 모두 준비가 되었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라며 “위기 상황도 있었고 최종 세트까지 몰리기는 했지만 최선의 실력을 다했으며, 일방적으로 끝나 보이는 경기조차 정말 쉽지 않은 승부를 했기에 상대 선수가 더 대단하게 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경기가 승리로 끝났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김관우는 “사실 책상을 주먹으로 치던 순간에도 모든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은 못했으며 상대가 헤드셋을 벗고 내 쪽으로 다가오려는 것을 보고서야 경기가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나도 헤드셋을 벗었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 e스포츠 선전은 노력의 산물, 앞으로 더 많은 메달 나올 것

본인이 수상한 금메달이 대한민국 e스포츠의 첫 금메달이라는 사실이 기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김관우는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는데 그저 순서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메달리스트이 나올 것이고 그 역사에 첫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으며, 자신의 도전 역시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현재는 프로게이머 활동에 보다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특별히 정한 것은 없으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라고 이야기한 뒤 “스트리트 파이터 6를 한동안 플레이하지 못해 자신이 없는데, 앞으로 본 종목이 될 만큼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비인기 종목이라는 시선에도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며 “이번 대회에 격투 게임이 포함된 것이 신기할 정도였는데 앞으로 다른 e스포츠 게임들처럼 꿈나무들이 실력을 키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늘어났으면 하며, 제가 국가대표가 되어 받은 훈련만큼은 아니더라도 체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체계도 갖춰진다면 꼭 제가 아니더라도 아시안게임은 물론 각종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회 막판 이슈가 됐던 ‘e스포츠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페이커’ 이상혁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게임을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노력은 기존 스포츠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특히 내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집중 관리의 도움을 통해 신체적, 심리적으로 보다 강해졌고 그 결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생각하는 만큼 e스포츠 또한 스포츠의 하나의 새로운 영역으로 충분히 자리잡을 만하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관우는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번 금메달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팬 분들의 응원이 만들어 주신 값진 결과다. 몇 번을 감사드려도 부족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뒤 “비인기 종목 선수 활동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주어진 기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더 힘을 내서 프로게이머로써 활동을 이어가며 우승에 도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형근 noaros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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