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1’로 키운 건, 너의 큰 얼굴과 작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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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주에 산 지 10년이 넘었다.
미신이긴 하지만 제주는 섬의 기(氣)가 있어서 외지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는 일마다 안 되고 운이 없어 제주를 떠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10년 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제일 큰 변화는 단연 8년 전, 내 나이 서른에 히끄를 만나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민박 '스테이 오조'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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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제주 생활 10년, 히끄네 비하인드 스토리
어느덧 제주에 산 지 10년이 넘었다. 미신이긴 하지만 제주는 섬의 기(氣)가 있어서 외지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는 일마다 안 되고 운이 없어 제주를 떠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주에서 이렇게 오래 살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큰 풍파 없이 안정적으로 사는 걸 보니 제주가 나를 받아주는 것 같다.
여행으로 다른 도시에서 지내다가도 돌아오는 곳이 제주라서 좋다. 여전히 제주의 파란 하늘과 바다, 드넓은 초원을 보며 감탄하는 걸 보면 제2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제일 큰 변화는 단연 8년 전, 내 나이 서른에 히끄를 만나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민박 ‘스테이 오조’를 시작한 것이다. 민박 손님으로 만나는 요즘 서른 살은 사회 초년생인 티가 나는데, 내 나이 서른을 생각하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6년이 지난 시점이라 동기들보다 사회생활이 늦다고만 생각했다. 그 6년 동안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해방감과 다르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불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도 열심히 살았기에 그 시간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만 더 일찍 독립적인 주체로 살았더라면 훨씬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6년간 제대로 된 돈벌이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할 때도 경제적 기반이 약했다. 그러니 민박을 오픈하고 예약률이 높았음에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모가 자식에게 도움을 주는 게 당연한 건 아니지만 부모의 도움 여부로 10년 차이가 난다고들 하는데 겪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물론 나도 가족의 원조를 받았고,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오롯이 혼자 사업을 감당해야 하는 시간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사실 민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매일 마음이 흔들리고 힘들었다. 히끄를 입양하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 당시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나를 바라보는 히끄의 조그마한 눈빛은 힘들고 불안한 생활을 버티게 해 준 버팀목이었다.
히끄의 존재만으로 힘을 얻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때의 경험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없애줬다. 그리고 히끄가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반려인이 되고 싶다는 꿈도 갖게 해줬다. 이 꿈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고, 나중에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히끄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 엠지(MZ) 세대 민박 손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손님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0’이면 좋은 기회가 와서 곱해도 ‘0’이잖아요. 그래서 ‘1’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싶어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 같았다. 그리고 0이었던 내가 지금의 1이 되기까지, 그 여정엔 늘 히끄가 있었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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