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블랙리스트` 민주당 잣대,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적용되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MB정부에서 블랙리스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며 야당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후보자의 이름이 무려 104번이 언급돼 있다, 그 정도로 증언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유 후보자는 "그런데 제 얘기를 104번 언급하면서 왜 저를 구속 안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장관 2명과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 등이 구속되고 징계를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백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구 의견이 이렇더라고 돼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받아쳤다.
'블랙리스트'는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공격하는 단골프레임이다. 특히 여권에서 블랙리스트를 부정하며 근거를 들어도 이에 대한 반격보다는 '입장차'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블랙리스트는 다 겪어본 사람 입장에서 있는 거고 만들거나 그런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본인들은 그걸 블랙리스트 하고 인지하지조차 않는 것"이라며 "가해를 당한 분과 가해를 하는 입장과 다른 것 아니겠냐"라고 했다. '당연한 배제와 차별을 가해자들은 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는 게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장인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유 장관 후보자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 등에서 저를 부른 적은 없고 백서 조사에서도 제 의견을 일체 물어본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블랙리스트 사건들은 정작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던 건이 재판중에 있다. 지난달 18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재판에서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 이사장에게 사표를 지시한 적도 없고, 직접 전화해 사표 제출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도 직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손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에 적폐청산 TF 결성된건 다 알지 않느냐"며 "사안을 정치적인 문제로 봤던 저는 이사장 직을 물러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당시 100% 예상했다"고 말했다.
만일 두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재판의 양상은 손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물러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는지 여부보다는, 실제 조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받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놓일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이사장의 주장은 '예측'이기 때문에 따져봐야 하는 영역이지만 조 전 장관의 행동은 '사실관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기준으로 본다면 조 전 장관의 주장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인지조차 않는 것'일 수 있고 손 전 이사장의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조 전 장관 뿐이 아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2018년 5~7월 산하 비영리법인인 한국판유리산업협회·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윤활유공업협회 상근부회장 3명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게 한 혐의로 재판중이다.
무엇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뛰고 있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대해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김 전 감찰관은 지난해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징역 2년형,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징역 1년·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폭로 당사자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유재수 전 금융정책국장 등 감찰 무마,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을 자행해 35건의 공익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김 후보자에 대해 "전직 구청장이기 이전에 전직 비위공무원, 유투버 아니냐"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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