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블랙리스트` 민주당 잣대,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적용되나

임재섭 2023. 10. 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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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MB정부 장관 시절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MB정부에서 블랙리스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며 야당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후보자의 이름이 무려 104번이 언급돼 있다, 그 정도로 증언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유 후보자는 "그런데 제 얘기를 104번 언급하면서 왜 저를 구속 안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장관 2명과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 등이 구속되고 징계를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백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구 의견이 이렇더라고 돼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받아쳤다.

'블랙리스트'는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공격하는 단골프레임이다. 특히 여권에서 블랙리스트를 부정하며 근거를 들어도 이에 대한 반격보다는 '입장차'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블랙리스트는 다 겪어본 사람 입장에서 있는 거고 만들거나 그런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본인들은 그걸 블랙리스트 하고 인지하지조차 않는 것"이라며 "가해를 당한 분과 가해를 하는 입장과 다른 것 아니겠냐"라고 했다. '당연한 배제와 차별을 가해자들은 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는 게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장인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유 장관 후보자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 등에서 저를 부른 적은 없고 백서 조사에서도 제 의견을 일체 물어본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블랙리스트 사건들은 정작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던 건이 재판중에 있다. 지난달 18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재판에서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 이사장에게 사표를 지시한 적도 없고, 직접 전화해 사표 제출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도 직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손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에 적폐청산 TF 결성된건 다 알지 않느냐"며 "사안을 정치적인 문제로 봤던 저는 이사장 직을 물러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당시 100% 예상했다"고 말했다.

만일 두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재판의 양상은 손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물러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는지 여부보다는, 실제 조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받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놓일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이사장의 주장은 '예측'이기 때문에 따져봐야 하는 영역이지만 조 전 장관의 행동은 '사실관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기준으로 본다면 조 전 장관의 주장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인지조차 않는 것'일 수 있고 손 전 이사장의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조 전 장관 뿐이 아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2018년 5~7월 산하 비영리법인인 한국판유리산업협회·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윤활유공업협회 상근부회장 3명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게 한 혐의로 재판중이다.

무엇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뛰고 있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대해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김 전 감찰관은 지난해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징역 2년형,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징역 1년·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폭로 당사자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유재수 전 금융정책국장 등 감찰 무마,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을 자행해 35건의 공익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김 후보자에 대해 "전직 구청장이기 이전에 전직 비위공무원, 유투버 아니냐"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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