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세 모녀측 합의하에 한 상속”

2023. 10. 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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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상속분쟁 첫 변론기일
하범종사장 “세모녀 수정요청 수용”
세모녀측 서명 동의서 증거 제출
구광모 승계가 선대 회장 유지

LG그룹의 상속 재판 변론 기일 첫날 세 모녀 측이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요청했고, 이를 수용했다는 LG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원고 측인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11부는 5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그룹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하 사장은 ㈜LG 재경팀장 출신으로, 과거 LG 오너일가의 주식 매입 등을 담당했다.

하범종 사장은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있었냐”는 질문에 “세 모녀에게 유언장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구광모 회장이 ㈜LG의 지분이 전부 상속된다는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지가 담긴 문서(메모)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 회장이 저를 불러 LG그룹 회장은 구광모가 돼야 한다며 선대 회장이 소유한 전체의 경영재산을 넘기는 걸로 말씀을 주셨다”며 “이를 문서로 작성해 다음날 출력해 가져갔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대회장께서 구두로 언급한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참고자료로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LG그룹 승계 과정에서 법적 유언장이 작성된 걸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 사장은 “제가 알기로는 없다”며 “LG는 유언장을 쓰지 않는 게 관행이었고, ‘인화’라는 그룹철학 하에 합의가 잘 됐다”고 말했다.

세 모녀 측은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가 지난 2022년 5월경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았다는 입장이다.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법정 상속비율을 따라야 한다며 올해 2월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광모 회장 측은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 등을 증거로 내밀며, 상속재산분할합의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 모녀 측의 요구로 합의안이 두 번 수정됐으며, 그만큼 세 모녀가 합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첫번째 상속재산협의안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소유한 ㈜LG 주식 11.28% 전부를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구광모 회장 측 입장에 따르면, 세 모녀 측은 이에 동의했다가 합의 직전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김영식 여사는 “주변에서 ‘딸 둘(구연경·구연수)이 지분을 하나도 못받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한다”며 “딸 둘이 주식을 전부 받지 못하는 건 서운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하범종 사장은 이러한 김 여사의 요구를 구광모 회장에 전했다. 구광모 회장 측은 선대 사례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이 15%라는 점을 감안해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에게 총 2.52%의 지분을 분배하기로 했다. 당시 구광모 회장이 소유한 ㈜LG 주식은 6.24%였다.

이러한 2차 합의 내용에 대해 세 모녀 측은 동의했고, 이후 김영식 여사의 기부처를 확대하면 좋겠다는 추가 요구를 반영해 최종적으로 협의를 완료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공개된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본무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다. 구광모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고,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 씨는 0.51%를 받았다. 또한 세 모녀는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구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 측은 LG그룹의 승계 철학이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LG그룹은 창업회장 부터 장자 승계 전통을 유지해왔으며, 대주주 일가는 이러한 전통을 존중해 이의제기가 발생하지 않았고 의견권도 통일적으로 행사했다”며 “구본무 선대 회장이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전부 승계하라고 한건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 확보를 위한 전통 승계를 따른 것으로, 주주단 일가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1월 16일로 정해졌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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