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서 정작 중요한 일들[책과 책 사이]
20대 대학생 예은이는 카드빚에 시달린다. 운동화 밑창을 순간접착제로 붙여야 할 정도로 허덕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피크타임, 즉 두 시간밖에 쓸 수 없다는 사장 말에 예은이는 따진다. “우리는 순간접착제 같은 거네요? 카페가 망하지 않게 최소한만 일을 시켜서 임시로 지탱하는 거잖아요.” 예은이는 가난한 대학생이 매일 사 먹느라 망할 일 없는 삼각김밥 공장에 들어간다. 폐기 대상인 불량 판정 김밥을 챙겨다 먹다 반장에게 타박을 듣는다.
김의경의 단편 ‘순간접착제’는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의 소설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문학동네)에 실렸다. 정해진 공간 없이 자주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학습지 교사, 배달 일로 근근이 생활하는 스무 살 청년 등이 등장한다.
지난달 노동을 다룬 소설들이 여럿 나왔다. 김형규의 첫 소설집 <모든 것의 이야기>(나비클럽) 중 ‘코로나시대의 사랑’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파업 소송을 다룬다. 김현의 <고스트 듀엣>(한겨레출판) 중 ‘그때는 알겠지’는 “살인적인 일정”에 내몰린 방송 노동자들의 현실을 녹였다. 한정현 소설집 <쿄코와 쿄지>(문학과지성사)도 여성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다룬 단편을 실었다. 이 소설들은 현찰·부동산·주식·코인 부자들의 ‘적대적 공생 정치’판에 가린 지금 이곳 세상에서 정작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환기한다.
“소설 읽기는 우리 정치적 불행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그 문제라면, 조직화, 적극적 저항, 더 강경한 수사가 요구된다.” 마침 서평으로 다룬 <어머니의 기원>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가 한 말이다. 이어진 말을 최근 노동 문학에 대입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좋은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살기로 선택할지에 대한 독자의 생각과 감정을 바꿀 수도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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