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부자 7000명…양도차익 1인당 13억원 남겼다

반기웅 기자 2023. 10. 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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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권도현 기자

지난해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남긴 양도차익이 대주주 1인당 13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9~2021년 상장주식 양도세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 신고인원은 7045명으로 1년 전(6045명)보다 1000명(16.5%) 늘었다.

이들은 주식 개인투자자(2021년 기준 1384만명)의 0.05%에 해당하는 고액자산가이다. 상장주식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1%(코스피 기준)을 넘는 대주주에게만 부과된다.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이듬해 5월까지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주식 관련 양도세는 6조828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3조9378억원)보다 73.4%(2조8907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상장주식 양도세는 2조983억원으로 1년 전(1조5462억원)보다 35.7%(5521억원) 늘었다.

나머지는 비상장주식과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세로 4조7302억원이었다. 상장주식과 해외주식 양도세는 전년(2조3916억원) 대비 98%(2조338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주식 관련 양도세가 크게 증가한 것은 2020~21년 주식시장 상승기에 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대거 실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실 제공

2022년 신고분(21년 귀속분) 기준, 7045명의 대주주는 7조2570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16조4990억원에 매도했다. 수수료·거래세 등 필요경비를 제하고 주식 매도를 통해 9조1690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다. 취득가 대비 수익률은 126%(필요경비 제외)에 달한다.

양도차익 총액은 전년(7조2871억원)에 비해 26%(1조8819억원) 늘었다. 대주주 1인당 13억149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전년(12억547만원)에 비해 8%(9602만원) 증가한 수치다.

양도세는 대주주 1인당 2억9784만원을 납부했다.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23.3%였다. 실효세율은 전년(21.9%)에 비해 소폭 증가했는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양도차익이 늘어나 높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는 대주주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 해 13억원 넘게 주식 양도차익을 벌고 있는 대주주의 양도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개편안은 ‘부자감세’와 ‘세수감소’ 우려 속에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 의원은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0.05%에 불과하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 정책은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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