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9편 보러 왔어요” 매진 행렬에 굿즈 완판까지 뜨거운 열기

2023. 10. 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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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69개국 209편 ‘영화의 바다’
13일 폐막작은 유덕화 ‘영화의 황제’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개막한 가운데 시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영화 예매는 대부분 일찌감치 매진됐고, 굿즈 매장도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인기는 여전한 모습이다.

올해 영화제에선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 69개국 209편이 부산 영화의전당 등 4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초청작은 지난해보다 30여 편 줄어들었지만, 전 세계에서 최초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는 80편에 달한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도 관객들을 찾는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신작들도 다수 포함됐다. 미국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데이빗 핀처의 ‘더 킬러’, 프랑스 미셸 공드리의 ‘공드리의 솔루션북’,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등이 그 주인공이다.

뤽 베송의 ‘도그맨’을 비롯해 베르트랑 보넬로의 ‘더 비스트’, 스테판 카스탕의 ‘빈센트 머스트 다이’ 등의 화제작들도 관객들을 찾는다. 히로카즈와 베송은 직접 방한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개막작엔 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됐고, 폐막작엔 배우 유덕화가 출연하는 중국 영화 ‘영화의 황제’가 낙점됐다.

특히 영화제의 포문을 연 ‘한국이 싫어서’는 ‘헬조선’이 싫어 한국을 떠나는 청년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계나(고아성 분)가 인천공항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뉴질랜드로 떠나지만, 그곳 생활 역시 녹록지 않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학위를 따고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동양 이민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다.

영화는 ‘달이 지는 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등을 연출한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계나의 힘든 한국 생활과 뉴질랜드 생활을 교차적으로 보여주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쩐지 춥고 쓸쓸하게, 뉴질랜드의 삶은 고달프지만 자유롭고 희망적으로 묘사된다.

올해 영화제엔 재미교포 영화인들도 대거 초청됐다. 이들은 재미교포 영화인의 활약을 조명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참여해 관객들과 이야기 나눈다. 영화 ‘미나리’를 비롯해 ‘파친코’, ‘서치’ 등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영화를 특별 조명하는 자리도 선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급부상하는 동남아시아의 영화 강국이다. 에드윈, 몰리 수리야, 카밀라 안디니, 조코 안와르 등 인도네시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장편과 첫 장편을 준비 중인 다섯 감독들의 단편들을 만난다.

액터스 하우스에선 윤여정, 한효주, 송중기, 존 조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신설된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 대화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홍콩 톱스타 저우룬파(주윤발)에게 돌아갔다. 저우룬파는 지난 4일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상을 수상하며 “의미 깊은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며 “긴 시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트로피와 함께 셀카를 찍으며 한국말로 ‘김치’를 외치고선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영화공로상은 고(故) 윤정희에게 주어졌다. 그를 대신 대리 수상한 딸 백진희는 “어머니는 10여 년을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이창동 감독의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멀리 계신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줬다”며 감사함을 표했고, 추모 영상에 맞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 마련된 굿즈 매장 앞에 영화팬들이 길게 줄 선 모습. [이현정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또 하나의 백미는 시민들이 영화제에 보내는 뜨거운 러브콜이였다. 시민들은 개막식 전부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찾아 관심을 드러냈다. 수도권에서 온 단골 관객부터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찾은 시민들까지 다양했다. 영화 거장들의 작품이나 화제작들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올해 세 번째 영화제를 방문한다는 대학생 서고은(20) 씨와 박정빈(20) 씨는 “칸이나 베니스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많이 초청돼서 기대하고 있다”며 “영화가 빨리 매진돼서 많이 예매하진 못했지만 이틀 동안 4~6편을 관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전 기간 동안 영화를 내내 관람하는 단골 관객들도 적지 않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남예진(29) 씨는 “팍팍한 현실에 치이다가 일상을 벗어난다는 즐거움에 6년 째 영화제를 찾고 있다”며 “올해는 영화 29편을 예매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굿즈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 설치된 굿즈 매장은 전날에 이어 5일 오전에도 긴 오픈런 줄이 생겨났다.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도 배지, 인형 키링, 카드홀더 등 부산국제영화제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인 것이다. 일부 굿즈들은 개막날에 일찌감치 완판됐다.

굿즈 매장 자원봉사자인 엄주원(27) 씨는 “어제부터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오픈런 하면서 배지와 인형 키링은 모두 동났다”며 “기념품들을 매년 수집하는 영화 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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