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일파 이해승 후손 땅 국고환수 소송서 최종 패소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 소유…法 "경매로 다시 매입해 귀속 대상서 제외"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땅을 국고로 환수하려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됐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지난달 21일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 행적이 인정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행위자로 지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홍은동 임야 2만7905㎡(약 8440평)를 환수하려 지난 2021년 2월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해승은 이 땅을 포함한 임야를 지난 1917년 처음 취득했고, 이후 1957년 소유권을 손자인 이 회장에게 넘겼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지난 1966년 경매에 넘겨져 제일은행의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땅을 도로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에 따르면 친일재산은 취득·증여한 때를 기준으로 국가의 소유가 된다. 다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는 귀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철우 (당시) 법무부 대변인이 2021년 2월 26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친일파 이해승·임선준 토지 국가귀속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손을 들었다. 제일은행이 친일재산임을 모르고 경매를 통해 땅을 취득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현재 이 회장의 소유인 땅을 정부가 환수하면 이 회장과 제일은행의 과거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적으로 말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제일은행의 정당한 권리를 해치는 것이어서 법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