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사일생' 후폭풍, 어떤 경우든 '사생결단'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한국 정치를 규정짓는 진영과 대결의 정치는 상수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 검찰의 영장청구,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은 숨 가쁘게 달려온 극단 정치의 분수령들이다.
이 대표 영장 기각 후 정치는 어떨까. '영장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체포동의안 부결', '구속을 피하기 위한 단식' 등의 비판이 일거에 잦아들었다. 21일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한 영장심사가 극적으로 이 대표를 구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증거인멸'을 주장하며 이 대표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이 대표와 새로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 유무죄 판단의 기준이 아님에도 그동안의 정치적, 사법적 격랑의 차원에서 보면 구속영장 기각 전후의 정치 상황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민주당 친명 체제가 난공불락 요새의 진영을 갖추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투항이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이 적다. 이재명 체제가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을 보장해 주면서 이들의 이탈을 막는 통합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30여 명은 결코 소수세력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됐으면 당이 새로운 체제로 반전을 모색했겠지만 그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의 원심력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친명계가 비명계를 회유해 공천 시 지역구 경선까지 가도록 하면서 비명계를 고사시키는 전략이 나올 수도 있다. 비명계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비명계의 원심력이 커질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귀결될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둘째,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 여부다. 이 대표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대표 비난과 공격에만 몰두한다면 집권세력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장 기각 후 국민의힘에서는 '법원이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강성 지지층 때문에 영장을 기각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힘이 의연하게 이 대표 사건을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민생에 당력을 집중하고 통합의 정치를 한다면 오히려 이 대표 영장 기각이 득이 될 수 있다. 만약 영장이 발부됐다면 민주당이 새로운 전열을 갖추게 되고 이는 국민의힘에 오히려 위협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민주당의 친명 체제가 자신들이 주장한 명분을 과도하게 내세우면서 이 대표를 민주투사, 항일투사 식으로 떠받든다면 이는 오히려 민주당에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영장 기각은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지 이 대표의 혐의가 무죄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적대적 정치와 진영 정치가 민주화 이후 거의 최고조에 이른 데에는 복합적 원인이 있겠으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그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경로의존성에 비추어볼 때 여러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까지 정치복원은 생각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 행태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여야 모두 사생결단의 태세로 총선에 임할 것이다.
각 영역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본령을 벗어나 붕괴된 현재의 정치 상황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다. 총선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여야 내부 상황과 이합집산 등의 중층적 변수가 있지만 여야는 극단 대치를 이어갈 태세다. 영장기각을 변곡점으로 정치를 복원시킬 실력도 능력이나 의사를 한국 정치에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양대 정당이 보여준 퇴행적 모습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 대표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놓인 재판은 이 대표에게는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이미 선거법 재판이 진행 중이고 6일에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관련 첫 공판이 열린다. 이번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재판도 남아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판들이 최종심까지 가려면 적어도 몇 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온전할 수 있을까. 영장 기각 후에도 한국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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