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남조선'이 '괴뢰'와 '대한민국'으로 바뀐 이유는?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3. 10.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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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북한에 가기 어려워졌지만, 남북 간 교류가 진행돼 북한 방문이 가능했을 때에는 처음 북한에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북교육이라는 것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남조선 괴뢰', '괴뢰 역적패당'처럼 남한을 비방할 때 '괴뢰'라는 말을 안 써온 것은 아니지만, 올해 중반부터 북한 매체들이 남한을 지칭할 때 '남조선' 대신 '괴뢰'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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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코리아 정식] 스포츠 경기에서 '괴뢰' 표기한 북한,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지금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북한에 가기 어려워졌지만, 남북 간 교류가 진행돼 북한 방문이 가능했을 때에는 처음 북한에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북교육이라는 것이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우리와 상당히 다른 체제인 만큼 북한에 가서 의도치 않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차원이었습니다.

북한에 갔을 때 주의해야 할 가장 대표적인 것은 김일성 일가를 비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어떤 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이를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은 상당한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방북교육에서 강조되는 내용 중의 하나는 북한에 가서는 '북한'이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남한, 북한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국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한(大韓)의 나라에서 남쪽이 남한(南韓), 북쪽이 북한(北韓)인 만큼, '북한'이라는 말은 한반도의 북쪽 영토가 '대한민국'의 일부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일맥상통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북한'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북한에 가면 '북한'이라는 말 대신 '북측'이라는 말을 쓰도록 사전에 교육을 받았습니다.
 

북, 남한을 '남조선'으로 불러

그렇다면, 북한은 보통 남한을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말을 험하게 쓰기로는 둘째 가면 서러워할 만한 북한인지라 각종 대남 비방문구에서는 갖가지 욕설들로 남한을 비방합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남한의 국호를 표기해야 할 때 북한이 대내적으로 통상 사용하는 용어가 있는데 바로 '남조선'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북한의 국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이것을 줄여 약칭으로 '조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조선'이라는 말은 '조선'의 남쪽 즉 남한이 북한이라는 나라의 일부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조선'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북의 관계자들이 만날 때에는 북한 사람들도 '남조선' 대신 '남측'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북측' '남측'이라는 말은 남북이 상대를 지칭하는 말로 서로 양해한 용어인 셈입니다.

올해 들어 남한을 '괴뢰'로 지칭

그런데, 북한이 올해 들어 남한을 '괴뢰'로 지칭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남조선 괴뢰', '괴뢰 역적패당'처럼 남한을 비방할 때 '괴뢰'라는 말을 안 써온 것은 아니지만, 올해 중반부터 북한 매체들이 남한을 지칭할 때 '남조선' 대신 '괴뢰'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남조선 대통령실', '남조선 정부청사' 대신 '괴뢰 대통령실', '괴뢰 정부청사'와 같이 언급하는 식입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검색해 보면 '괴뢰'라는 말의 빈도수가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괴뢰'라는 말은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를 지칭하는 말로, 북한에서는 제국주의의 앞잡이인 민족 반역자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합니다. 남한이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미국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방인데, 주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이 한반도의 정통성 있는 정부라는 시각이 깔려 있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보도에서까지 남한을 '괴뢰'라고 표기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일 밤 8시 메인뉴스에서 이틀 전 치러진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준준결승 남북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남한을 '괴뢰'로 표기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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