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이상 기후'로 식재료 가격 급등…원유가 9% 가까이 상승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6일)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준비했네요. 사과, 우유, 설탕, 올리브오일인데 모두 최근에 가격이 뛴 것들 아닙니까?
<기자>
그리고 가격이 뛴 원인에도 커다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이상기후로 인해서 최근에 가격이 급등한 식재료들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밥상에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걸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유, 이달 1일부터 시중 유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죠. 이제 우유를 재료로 쓰는 식품들의 가격도 걱정해야 합니다.
치즈나 버터, 요거트는 물론이고 각종 음료 또 과자, 빵, 케이크, 아이들 분유까지 당장 생각나는 것만도 이 정도입니다.
이렇게 우윳값이 오른 이유, 낙농가와 유식품 업계는 해마다 원유가를 같이 정하는데요.
올해는 리터당 88원씩 기존보다 거의 9% 가까이 올렸습니다.
젖소의 사룟값이 너무 올라서 버틸 수 없다는 낙농가들의 호소에 이런 식의 가격 결정 방식을 도입한 지 10년 만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상폭이 결정된 겁니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생산비 부담 때문에 낙농가가 300여 곳 넘게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그럼 지난해의 사룟값은 왜 그렇게 올랐느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달러도 비쌌고 바닷길 운임이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후 탓도 꼽혔습니다.
이 중에서 전쟁으로 인한 영향은 좀 해소됐고요, 또 미국이 곡물 생산을 늘려서 떠받치면서 최근에는 곡물가가 지난 3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긴 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부터 다시 앞으로 2년간 해마다 15%씩 오를 거라는 분석이 최근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후 탓이 가장 클 것으로 거론됩니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더 기승을 부리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가뭄이 우려되는 곡창지역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값이 뛰는 게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가뭄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게 있네요.
<기자>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것들이 많은데요.
지금 보시는 것은 나사에서 찍은 항공 사진들입니다. 스페인인데요.
왼쪽은 지난해 5월이고 오른쪽이 올해 5월입니다. 차이가 바로 좀 보이지 않나요?
지난해만 해도 전반적으로 푸릇푸릇하던 스페인 땅이 이렇게 황토색으로 누렇게 변해 있습니다. 1년 만에요.
그러니까 스페인의 가뭄 상황이 지금 이 정도라서요, 지금 올리브오일의 가격이 3년 전의 3배 이상으로 뛰어 있습니다.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스페인이 평년의 절반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말에 그동안 올리브오일로 닭을 튀긴다는 걸 내세워왔던 BBQ가 올리브유는 반만 섞은 기름을 개발해서 앞으로 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치킨 가격을 더 올리지 않으려면 올리브유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스페인 홍수가 크게 나지 않았어?' 생각나신 분들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수십 명이 사망했죠.
하지만 기록적인 가뭄과 폭우를 오가면서 자연재해가 컸을 뿐 올리브유 생산 증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 현지에서 조차 슈퍼마켓에서 비싸진 올리브유를 훔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비상이 걸렸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니까 주요 식량 생산국들이 자국 보호에 나서기 시작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튀르키예는 최근에 아예 올리브유 수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일단 다음 달까지로 해놨습니다.
올리브유의 가격이 너무 뛸 것 같으니까 자국 내 가격은 보호하고 보자는 겁니다.
이렇게 나오면 튀르키예는 괜찮을 수 있지만 국제 가격은 더욱 폭등하게 됩니다.
<앵커>
올리브유를 훔치는 사람이 있다니 실감이 납니다. 최근에 설탕값이 12년 만이 가장 많이 올랐는데 이것도 역시 기후 탓이 큰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상 기후 현상에다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자국 보호, 국경을 가르는 자국 보호가 결합됩니다.
국제시장에서 설탕 가격이 최근에 이렇게 올랐는데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역시 가뭄으로 지금 사탕수수 수확이 급감하고 있고요.
이달부터 설탕 재료인 원당 수출을 더욱 크게 제한하기 시작한 겁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 많지 않죠.
줄줄이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느껴지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얘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추석 지나고도 떨어질 줄 모르는 우리 사과값 폭등도 올봄에 이상 고온과 저온을 오간 기온 탓이 컸고요.
또 코코아, 쌀, 커피까지 모두 국제적으로 일단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급에 차질을 겪고 그리고 주요 생산국들이 자국부터 보호하려고 수출 제한을 하는 상황들까지 겹쳐 있는 것들입니다.
먹거리, 앞으로 가격, 물가는 물론이고 안전과 확보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환경에 대한 고민과 함께 변해가는 이 환경 속에서 식량 확보를 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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