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계파 갈등,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나영 기자 2023. 10. 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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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친명, 화합보다는 일사불란한 ‘이재명 민주당’에 방점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민주당에 ‘독’ 될지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위기를 넘겼지만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과정에서 최고조에 이른 당내 계파 갈등이 분수령을 맞았다. 당을 장악한 친명(親이재명)계 지도부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30여 명 안팎의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을 색출하는 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숙청' '고름' 등 폭력적 용어가 난무하면서 비민주적 행위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친명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부 비명계 의원을 가결파로 지목해 징계를 요구한 강성 당원들을 등에 업고 당 지도부가 실제로 징계 절차에 돌입할 경우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이 극도의 분열로 치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당장 10월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민주당에 다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당에는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식을 중단하고 회복 중인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이후 깊어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의 결집 강화와 이재명 체제 굳히기를 위해 친명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월2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친명, 지지층 앞세워 가결파 징계 나설 듯"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 계파 갈등 양상에 대해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일단 비명계가 상당히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조응천 의원마저도 총선은 이재명 체제로 치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비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지역 경선에서 소위 '개딸'들이 대거 비명계 후보 낙선운동에 나설 가능성이다. 이 대표가 부결 호소 이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마자 전면에 나서서 (당원들에게) 당을 이끌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향후 당내 경선에서 비명계를 심판해 달라는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가결파 징계 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이 대표 결심에 달렸다"며 "이 대표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정적 응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세 불리기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서 (친명계가) 응징해 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는 대체로 그래 왔다. 과거에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도 그랬고,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굉장히 단호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권력의 속성이다"고 덧붙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또한 "친명계가 가결파 비명계를 '해당분자'로 낙인찍어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 것 같다. 이 대표는 앞에서는 아닌 척하며 뒤에서 이중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공천권 문제는 지금까지 타협이 없었다. 분당, 공천 학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그만큼 인정 사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고정 변수다.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개딸을 앞세워 (비명계를) 숙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강성 친명계 의원들이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월2일 페이스북에 "사람 쉽게 안 변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박찬대 최고위원 또한 10월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탄핵했다'고 표현하거나 아니면 '가결했다'고 선언하거나 그리고 '칭찬받아야 한다'고 표현하는 (이들과) 구속영장 기각 전후에, 체포동의안 가결 전후에 꾸준히 민주당을 흔들어대고 지도부와 당대표를 내려오게끔 구체적인 행동을 했던 분들은 해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나. 부적절한 발언이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또 당내 분란을 계속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도부 메시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원칙과 기준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당내에서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가결파 징계 목소리에 대해 "윤리심판원 등에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사실에 기초해 처리하면 된다. 원내대표로서 직접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원내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A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가 윤리심판원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징계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도부 몇몇 의원이 방송에서 얘기한 것 외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원론적인 얘기만 오가다가 대표가 온 이후 일정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측이 어렵다. (친명계는) 당내 화합이 완벽하게 안 된 것이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강성 지지층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체포동의안 가결을 표명한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왼쪽부터) ⓒ시사저널 이종현, 임준선, 박은숙

"해당행위 아니라고 정리할 수도"

당초 친명계의 강경 기류가 다소 누그러진 탓에 실제 징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징계와 관련해 직접) 언급하지 않을 것 같고, 지도부에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결한 모든 의원을 적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목된 5인을 징계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 가결을 했건 안 했건 당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있고 총선 공천 시기에 당원들이 그런 부분을 수렴해 투표할 것으로 본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은 "가결파를 실제 쳐낼 것인지는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녹아있다고 보는데, 현재까지의 메시지로 미뤄보면 해당행위가 아니라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의 최고위원 사의를 받아들인 것이 친명 일색 지도부로 가겠다는 메시지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 대표가 직접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친명 지도부 전체를 보면 개딸과 동기화돼 있지만 이 대표만의 발언을 추적해 보면 중립적으로 움직이려는 게 느껴진다. 서은숙·서영교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처음보다 수위가 낮아졌고 안민석 의원도 해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 등으로 미뤄 징계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월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친문 움직임, 총선 전 최대 변수 될 가능성"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여서 가결표 색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강성 당원들은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5명을 지목해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배신자 색출'이 현실화할 경우 비명계와 관망파 의원 등 당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표적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친명 vs 비명'이 아니라 '모순 vs 반모순'의 대립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사법적 의혹이 있는 이 대표에게 맹종하는 강성 팬덤, 일부 지도부 의원들의 당대표에 대한 무조건적인 엄호와 비호는 북한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상 무기명 비밀투표이고 우리 당명이 '더불어' '민주'로, 다른 의견들을 모아 합리적으로 민주적으로 결론을 도출한다는 뜻인데, 민주당에서 색출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이 대표 스스로가 국민에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자고 해야지 뒤엎자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당을 해치고 민주적 질서에 위반되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징계가 부당한데도 수적 우위를 이용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싸워야 한다. 징계가 추진되는 것은 민주당이 '이재명당' '개딸당'으로 전락했음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가결한 의원을 찾아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소강상태지만 실제로 징계를 추진한다면 (비명계 의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야 집권당이 잘못했으니 이긴다 하더라도 본게임(총선)이 중요하다. 무당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축소 지향이 아닌 확대·팽창 지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도부 생각에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당을 극도의 분열 상태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경기도의 한 초선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자기 소신을 분명히 밝힌 사람들을 징계한다고 당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 그분들도 당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 승리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단합이다.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 때문에 갈등이 있어왔는데 그 문제가 풀렸으니 단합의 계기가 마련됐다. 소신을 밝힌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당의 단합을 해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원내대표 선거에서 남인순 의원이 45표를 획득하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표 안에 담긴 뜻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명계가 아닌 의원들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의 책임을 지고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9월26일 원내대표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범친명계인 홍익표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일각에서는 분당설도 제기된다. 코너에 몰린 비명계가 집단 탈당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비명계의 결집은 어려워 보인다. 구심점을 떠나서 결집하려면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단지 특정 인물을 반대한다는 것만으로는 (국민적) 지지와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성 같은 걸 제시하면 괜찮을 텐데, 단지 비명·반명 프레임으로 가서는 힘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주목되는 또 하나의 계파가 바로 친문(親문재인) 세력이다. 색깔이 옅어서 그렇지 사실상 당내 최대 인원이란 분석도 나오는 만큼 향후 친명-비명 갈등이 본격화되면 친문의 선택이 중요한 방향키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공개 메시지를 낸 것과 맞물려 그동안 관망만 해오던 친문의 결집 움직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월 보선 승리 이후 이재명 체제가 더 강화될 수 있지만, 친명계가 강경해질수록 계파 갈등이 격화돼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돈다. 문 전 대통령이 최근 거듭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세 결집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친문 움직임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문의 결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상민 의원은 "친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부 비명, 일부 친명 등으로 분화했다. 결속력 있는 세력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전처럼 영향력이 있지도 않고 전직 대통령들이 현 정치에 메시지를 내는 것이 좋은 모습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친문 세력 결집은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 전 대통령이 실익을 얻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에 가장 놀란 사람, 문재인·윤석열"

이 대표는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료진 판단에 더해 정치적 계산까지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0월4일 의원총회에서 사무총장이 (이 대표가) 강서구청장 선거 때까지는 복귀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보궐선거는 이길 것 같으니 본인이 등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 대표가 아직 밥도 못 드시는 상태다. 본인은 의지가 있지만 보궐선거 이전에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는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선거 승리가 민주당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소장은 "보궐선거 승리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추석 민심은 민주당이 장악했지만 유권자 정치지형은 그대로다. 이 대표가 당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한데 이미 '가결 5인 응징론'이 나온 자체가 도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도 "영장 기각만으로 우쭐거리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이기면 모르핀주사를 맞는 꼴이다. 우리 당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돌아보고 쇄신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당권을 장악한 친명계의 기세로 볼 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지웅 전 비대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일 때 '김종인 비대위'를 꾸린 것처럼 이 대표 자신의 앞날을 위해 자신은 재판을 받으러 가고 비대위를 꾸려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서 고민은 할 것 같다. 그러나 친명계 입장에선 공천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라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무당층 흡수를 위해서라도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온다. 장경태 의원은 "지금은 일단 선거에 집중할 때다.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도) 똘똘 뭉쳐 강서구청장 선거 이기는 데 애쓰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면 화가 난 당원들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윤석열 정권 막아서 총선 승리하려면 의원들이 친명, 비명 나누지 않고 서로가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고 전체 당원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도록 노력하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들이 과연 친명계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기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칼자루는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가 쥐었다. 지난해 대선의 뼈아픈 패배가 비명계 등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한 그들은 어설픈 화합보다는 지금을 일사불란한 '이재명 민주당' 만들기의 적기로 여기는 듯하다. 친명계의 시선은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으로 향해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본격적인 계파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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