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재계약 리스크에 빠진 YG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9월 27일 올라온 한 게시물 내용이다. '마의 7년'을 맞은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YG 주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9월 1일 7만8700원(이하 종가 기준)을 기록한 YG 주가는 21일 6만 원대로 떨어진 뒤 10월 4일 장중 6만 원을 밑돌았다(그래프 참조). 블랙핑크 이후를 이끌어갈 차세대 아이돌그룹의 존재도 뚜렷하지 않아 YG 앞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블랙핑크 공백 채울 아티스트 無
YG 주가는 9월 21일 블랙핑크 멤버 4명 중 로제를 제외한 3명(리사, 제니, 지수)의 재계약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간 블랙핑크와 관련해서는 BTS(방탄소년단)처럼 멤버 전원이 현 소속사와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9월 16~17일 서울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본 핑크(BORN PINK)' 월드 투어 피날레 공연에서도 재계약 청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멤버들의 발언이 나왔다. 그러다 21일부터 "로제만 YG에 잔류하고 나머지 멤버는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등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YG 주가는 10월 4일 6만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9월 1일 대비 24% 떨어진 수준이다.엔터사 주가가 소속 아티스트의 재계약 여부에 따라 출렁거리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YG의 경우 이러한 주가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은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가더라도 엔터업계 전례상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현재 YG에는 블랙핑크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티스트가 전무하다. 앞서 개국 공신 빅뱅과 허리 그룹 아이콘이 YG를 떠났고, 위너는 멤버들의 군 복무로 '군백기'를 갖고 있다. 4년 차 트레저가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아직 신인에 불과하며, 9월 중 공개 예정이던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데뷔가 연기됐다. 그동안 수익 대부분을 블랙핑크에 의존하던 YG가 재계약 불발로 치명타를 입을 위험에 놓인 것이다.
이 같은 YG 주가 하락에 투자자들은 성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달여 전인 8월 블랙핑크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이제껏 YG 측이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다. 엔터사의 공시 기준을 강화해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엔터사의 경우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 및 계약 상황이 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관련 내용의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월 4일 "K팝 산업의 성장으로 엔터사 투자자의 수가 큰 폭으로 늘면서 공시 기준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사의 경우 이미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임상시험 결과 등을 공시하고 있는데, 엔터사에도 그와 유사한 공시 기준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약 마무리 시점 확답 어려워"
다만 증권가에서는 '블랙핑크 빠진 YG'가 현실화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9월 20일 YG 목표주가를 기존 8만3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올려 잡으면서 "블랙핑크의 유의미한 활동이 없던 2분기 YG 영업이익이 93억 원으로, YG는 블랙핑크 없이도 분기당 100억 원 수익 활동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YG의) 높아진 기초 체력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트레저의 글로벌 팬덤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4분기에는 베이비몬스터가 데뷔하면서 아티스트 파이프라인이 강화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14일 "블랙핑크의 재계약 여부가 (주가에) 가장 중요하지만 내년 완전체 컴백이 없더라도 솔로 앨범의 성공 가능성이 크고, 트레저나 베이비몬스터, 현지화 그룹 등 아티스트 확장성이 존재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만7200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YG 측은 여전히 블랙핑크 재계약과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월 4일 YG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재계약은 사내에서도 극비리에 진행된다"며 "블랙핑크 멤버들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만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재계약 협의가 언제 마무리될지 확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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