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9월’ 개인투자자, 삼성전자 팔고 포스코홀딩스 샀다
"공포에 사라던데, 매일 공포 상태면 언제 추가 매수해야 하나요."
10월 4일 네이버 에코프로비엠 종목토론방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주식 차트가 스키장"이라면서 불만을 나타내며 한 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9월 한 달간 22% 이상 하락했다. 8월부터 시작된 조정장이 9월 내내 이어지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월 유가증권 시장이 올해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4일 중 3일은 하락
9월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57%, 9.41% 하락했다. 올해 들어 최대 월 하락폭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9월 전체 거래일(19일) 중 15일이 하락해 나흘에 하루꼴로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4.87%, 5.81% 하락했다.9월 개인투자자는 2차전지 기업을 적극 매수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수출기업을 매도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는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표1 참조). 반면 순매도 1위 기업은 삼성전자였는데, 한 달 사이 개인투자자는 1조 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순위 2~5위 기업의 전체 순매도액이 505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가 더 두드러진다.
2차전지 종목이 올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두 달 연속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손실을 입은 투자자도 절반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사를 이용한 투자자 과반수가 해당 업종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특히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낮았고, 손실 투자자 비율은 가장 높았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포스코홀딩스는 여느 2차전지 기업보다 투자 성적표가 양호했다. 평균 수익률이 9.97%로 가장 높았고, 손실 투자자 비율도 55.98%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개인투자자가 순매도한 기업들은 지난달 좋은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는 9월 주가가 2.24%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을 앞질렀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개인투자자의 순매도가 많았던 SK텔레콤(8.22%)과 현대차(1.06%) 역시 지난달 상승세를 보이며 하락 분위기에서 선전했다.
9월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사들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6개 기업의 주가가 50%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반토막 났는데, 이 중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가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가 잇달아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위니아전자가 9월 20일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대유플러스 역시 9월 2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주가 반토막 기업 6개
9월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대유위니아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대유에이텍이다. 대유에이텍은 9월 13일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했고, 다음 날 하한가를 맞기도 했다. 위니아에이드 역시 지난달 주가가 58.69% 하락하며 전체 상장사 중 두 번째로 높은 하락폭을 보였다. 위니아에이드는 대유위니아그룹 내에서 유통·물류, 케어 서비스 부문 사업을 담당한다. 다만 두 기업은 시가총액이 500억 원 미만 으로 주요 2차전지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인 만큼, 이들 기업에 투자에 크게 손실을 본 이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시장에 뿌리내린 암울한 기운은 반전될 수 있을까. 전문가 시각은 갈린다.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때"라는 시각과 "경기 개선이 전망되니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는 시각이 혼재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45%인데, 4분기 한국 무역수지가 90억 달러(약 12조13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심리가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