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비리’ 시발점에서 생긴 일
● 감사원 “정치적 이유로 1공단 부지 개발 막아”
● 대장동 내주고 1공단 공원화하려던 이재명
● 1공단 개발하려던 사업자는 행정소송 제기
● 판결 이틀 전 성남시, 돌연 결합 개발 포기
[+영상] "나는 이재명이 버린 돌이었다"
해당 부지는 2014년 성남시가 대장동과 묶어 결합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문제는 이 부지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려던 사업자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SPP)가 이미 있었다는 점이다. 성남시는 이들의 재개발사업을 무산시키고 해당 부지 개발을 진행했다. SPP는 해당 토지의 사업자인 동시에 소유주다.
성남시 내부 보고서에는 '개발을 강행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돼 있으나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는 이를 확인하고도 사업을 추진했다. 성남시는 이후 "군인공제회와 부지 이용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면서 개발을 추진했다.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대한토지신탁은 해당 부지의 관리를 맡은 수탁자다.
‘신동아'가 입수한 성남시 도시계획과의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검토보고'(2014년 3월 작성) 문건에는 성남시가 1공단 부지를 공공청사로 개발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사업계획자(SPP)의 입안 요청이 아닌 우리 시에서 구체적 사업계획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청사를 결정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분쟁 예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의 서명이 적혀 있다.
‘이재명 성남시'가 멈춘 1공단 개발
SPP는 2009년 5월(이재명 대표 성남시장 임기 이전) 성남시에 개발계획을 제출했다. 이듬해 5월에는 시행자 지정 신청까지 마치며 시의 허가만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같은 해 7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취임하며 모든 계획이 백지화됐다. 이 대표의 공약에 해당 부지의 전면 공원화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1공단 공원화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시작점에 있다. 2014년 5월 성남시는 제1공단과 대장동 부지를 묶어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사업구역'을 지정·고시했다.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을 통해 얻은 사업 이익으로 1공단 공원 조성비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선거 공약을 강행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의 사업권을 박탈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감사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대장동의 총 주택용지 비중은 36.0%였으나 1공단과 결합개발 발표 후인 2014년에는 48.4%까지 오른다. 보고서는 당시 성남시의 1공단 사업시행자 개발구역 조정 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관련 내부 자료 검토 결과 정치적 이유(정확히는 권력을 위한 비리 목적으로 1공단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거부) 판단."
감사원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을 빌미로 민간업자를 끌어들였고 이들에게 받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1공단 사업을 시행하려고 했다고 본 셈이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대장동 사업을 "5503억 원의 개발이익을 성남시 세수로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대장동에서 환수한 금액 중 2561억 원이 1공단 부지 공원 조성에 쓰였다.
소송 피하려 1공단, 대장동 결합 해제
이 대표가 시장으로 취임한 지 4일 만인 2010년 7월 5일, 성남시는 SPP의 개발사업자 신청을 반려했다. 해당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SPP 관계자는 "이 대표 당선 전까지만 해도 성남시가 정식 공문을 보내 개발 사업을 빨리 진행하라고 독촉하는 일도 있었다"며 "2010년 5월부터 사업을 진행하려고 나섰으나 당시 당선자이던 이 대표와 김미희 인수위원회 의장(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의 반대로 사업자 지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SPP는 재차 개발사업자 신청에 나섰다. 성남시는 결격 사유가 있다며 처리를 차일피일 미뤘다. 참다못한 SPP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를 찾아갔다. 성남시의 '사업자 지정 신청 반려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SPP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12월 30일 성남시의 반려 처분을 취소하고 즉시 사업자 지정을 다시 하라는 재결(裁決)이 내려졌다.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업자 지정을 미뤘다. 2011년 5월과 8월 성남시는 SPP의 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을 반려했다. 2011년 7월 SPP는 성남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도시개발사업자 지정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분쟁이 예상된다는 성남시 내부 문건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2012년 5월 성남시는 SPP의 사업자 지정을 강제 취소했다. 도시개발법 10조에는 '사업지정 후 3년이 지나도록 실시계획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성남시는 이 법령을 들어 사업자 지정을 취소했다.
SPP가 사업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으니 2014년 행정소송 결과 1심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SPP는 항소했다. 그동안 성남시는 1공단 부지에 공원 외에도 공공청사(법조단지)를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2014년 5월 성남시는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 고시'를 발표했으며 1공단 법조단지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2015년 8월 행정소송 2심에서 성남시가 패소했다. 법원은 성남시의 시행자 지정 신청 거부는 인허가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성남시가 상고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최종심은 각하됐다. 최종심 판결 선고 기일 이틀 전인 2016년 2월 16일, 성남시가 대장동과 1공단의 결합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성남시는 SPP의 승소를 피해야만 했다. SPP 측은 "대법원에서 (SPP가) 승소한다면 개발 과정에서 대장동과 분리 개발이 어려워져 대장동 개발까지 난항을 겪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임기 내 대장동 개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르니 (성남시가 결합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만배·정영학 "1공단 해결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던 정민용 변호사는 올해 1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6년 1월 1공단 분리를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한 뒤 결재받았나"라는 김만배 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대법원은 결합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지됐으니 소송의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관계자들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는 '내가 대법관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고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는 '제1공단 사건을 유한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부탁해서 해결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과 분리돼 추진되더라도 성남시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1공단 공원화 사업 분리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2016년 초 두 사업(대장동 개발사업과 1공단 공원화 사업)을 분리하되, 대장동 사업자가 1공단 공원화 사업을 동시에 책임지고 진행하게 했다"며 "1공단 공원화를 대장동 사업의 인가 조건에 명시하고 사업확약서와 부제소특약까지 받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세력은 '김만배 일당'이다.
[+영상] "이재명-김만배는 운명공동체"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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