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형'이라 불려도 절대 딱하지 않은 '예능신', 신동엽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3. 10.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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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 형 신동엽' 방송 영상 캡처 

몇 년 전부터 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은퇴 하는 사람(Financial Indepence, Retire Early)을 일컫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와 반대로 '평생 현역'이 되겠다며 꾸준히 새로운 커리어 플랜을 세우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하려는 사람들도 현격히 증가했다. 사실 파이어족이 되기보다 평생 현역에 도전하는 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 더 쉬운 건 아니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찾아가는 건 더더욱 어려운 숙제 같다. 한 달 여전부터 유튜브에 '짠한형 신동엽'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온 방송인 신동엽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유튜브 채널명 '짠한형 신동엽'에서 선보이고 있는 '짠한형'은 연예계 대표 주당인 신동엽이 후배 개그맨 정호철과 함께 게스트를 불러 술자리를 가지며 진행하는 토크쇼다. 신동엽이 앞서 '인생술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지만, 심의를 받는 방송과 그렇지 않은 유튜브의 차이만큼이나 술잔의 농도나 토크의 농도가 다르다. '짠한형' 속 신동엽은 실제로 한껏 취하도록 마시며 흥건해진 기분으로 특유의 재간을 떤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연예계 최고 입담을 자랑하는 신동엽의 재치 넘치는 취중 토크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가 넘친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이 유튜브에서 일명 '술방'이라는 취중 토크 예능을 다양하게 내놓고 인기를 끌고 있는 터라 정작 애주가라고 소문난 신동엽의 유튜브 '술방'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TV의 위상이 드높던 시절 '예능신(神)', '동엽신(神)'이라는 별명으로 예능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그가 TV의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예능씬(scene)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신흥 스타들에게 내주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술잔을 "짠~"하며 부딪힌다는 의미로 제목을 '짠한형'이라고 한 이유가 더 먼저일 텐데, 그보다는 짠한 느낌이 드는 형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더 먼저 와닿는다.

그럼에도 신동엽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일단 '짠한형'의 인기가 가히 역대급이라고 할 만하다. 시작한 지 6일 만에 구독자 수가 10만명을 달성하며 실버버튼을 획득했고, 론칭 40일을 앞두고 59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 형 신동엽' 방송 영상 캡처 

팬들은 신동엽이 "술 들어가고 편하니까 역대급으로 웃기다"며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또한 "재밌는데 가볍지 않고 깊이와 통찰이 있는데 무겁지 않다"며 취중에도 탁월한 완급 조절로 토크를 이끄는 신동엽의 진행 실력을 칭찬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혹자는 신동엽에게 잘 차려진 밥상, 아니 좋아하는 술상을 차려줬으니 그 정도를 못 하겠느냐고 냉정하게 평가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신동엽을 친숙하게 느끼는 중장년층에게도 보편화된 유튜브에서 이 정도 폭발력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상은 신동엽이 '짠한형'에서 직접 언급했듯 고압선 아래서 힘겹게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마음인데 말이다.

얼마전 '성+인물'을 내놓았다가 뭇매를 맞았던 것만 해도 그렇다. TV와 신문 등 미디어를 바라보고 다루던 사람들의 시선이 엄중하던 시절부터 귀가 빨개지면서도 아슬아슬한 수위의 농으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신동엽인데,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다는 OTT에서 외연을 넓히려다 공연히 20년 넘게 진행한 '동물농장' 하차 위기를 직면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짠한형'도 음주 방송으로 무슨 사달이 날지 몰라 몸을 사려야 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신동엽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TV가 레거시 미디어 중에서도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부터, 또 그 세계에서 신동엽의 입지가 누구보다 탄탄하던 때에도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넘어지고 일어섰다. 방송 외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가 사업 실패의 쓴맛도 봤다. 트렌스젠더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송을 했다가 대중의 거센 반발로 인해 1회만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 형 신동엽' 방송 영상 캡처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소재들로 꾸준히 히트작을 내놓곤 했다. 꽁트로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신동엽은 코미디가 설 자리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도 스탠딩 코미디를 표방한 'SNL코리아'를 스테디셀러 콘텐츠로 만들었다. 또 술만큼이나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시청자들을 미식의 세계로 인도한 '수요미식회'를 비롯해 '오늘 뭐 먹지'로도 인기를 끈 바 있다. 19금 연애토크쇼 '마녀사냥'을 흥행시키며 시즌3까지 내놓는 성과도 이뤘다.

동시에 '동물농장'과 '불후의 명곡'은 계속해서 놓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론칭 때부터 함께 한 '동물농장'이 올해로 22주년을 맞고, '불후의 명곡'은 12년째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신동엽의 저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런 신동엽이 유튜브로 진출해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절친한 성시경의 유튜브 '먹을텐데'에 출연해 자신도 유튜브를 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감각을 잃기 싫고 새로운 걸 느끼고 싶어서"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30년 넘는 관록을 자랑하는 신동엽이 자신만의 감각을 잃지 않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도 꾸준히 현역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유튜브가 재밌다는데 이게 뭐가 재밌는 거지?" 궁금하고 "감성이 좀 다르다 하니까" 직접 확인하려는 베테랑 예능인의 남다른 의지를 알게 되면 더 이상 그는 '짠한형'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굴지의 기업이 된 쿠팡이 세운 연예기획사 씨피엔터테인먼트의 1호 연예인으로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짠하다고 느낄 틈도 없이 새로운 걸음걸음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신동엽에게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 와중에도 웃기고 재밌는 그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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