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계양으로 가버린 이재명에 ‘마음의 상처’ 받아… 충분히 이길 자신 있었다”
‘MBTI 질문’에는 “프로그래머나 교수할 때는 I(내향형), 사장이나 정치인을 할 때는 E(외향형)”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김태우 후보의 ‘천군만마’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성남 분당갑에 나설 줄 알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천 계양행’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뼈 있는 말을 툭 던졌다.
안 의원은 배우 김승우의 유튜브 채널인 ‘김승우WIN’이 5일 공개한 26분여 인터뷰 영상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난 다음날 자기는 인천 계양으로 가겠다며 그냥 가버려 벙찐 기억이 난다”며 이같이 돌아봤다. 성남시장에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이 대표의 분당갑 출마가 당연할 줄 알았고 자신도 그곳에서 정면승부를 펼쳐보자고 했기에 나올 줄 알았다는 의미다. 이를 강조하듯 안 의원은 이어진 ‘두 분이 붙었다면 이길 수 있었나’라는 김승우의 질문에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임무를 마친 지난해 5월6일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이튿날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을 수락한 상임고문이자 ‘전 경기지사’ 신분이던 이 대표는 같은 달 8일 계양산에서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며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었다.
안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법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국민들께 정치적 판결을 받을 시간’이라는 글에서 “내년 총선에 분당갑에서 저와 정면승부를 통해 국민들께 정치적 판결을 받아보자”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작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이곳은 당연히 이 대표가 출마할 곳이었는데, 저와 경쟁하는 걸 피해 인천 계양으로 도망가 당선되고 당 대표가 됐다는 비판적 시각이 대다수”라는 말로 이 대표 속도 살살 긁으면서다.
구속 수사 위기를 벗어났지만 아직 ‘무죄’가 아닌 상황에서 이후 판단은 사법부에게 맡기고, 오로지 정치적 민심을 현장에서 두 눈 똑똑히 뜨고 확인해보자는 안 의원의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됐는데, 자기를 피하지 말고 분당갑 정면승부로 국민에게 심판을 받아보자는 상당히 호전적인 성격의 제안에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네가 와라 계양을’ 등 안 의원을 비꼬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안 의원은 영상에서 “사람이 직접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봉사고 헌신이다, 그래서 거기에 제일 맞는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해서 의대에 가겠다고 말씀드렸었다”고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던 지난날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의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라며 연습하는 만큼 암기력은 늘지만 반대로 창의력은 사라진다고도 부연했다.
‘정치인 마라토너’로 널리 알려진 안 의원은 과거 휴가지에서 아침운동하는 딸을 따라 달리려다 100미터도 못 가 숨이 찬 적이 있었다면서, 자신을 돌아본 딸에게 미안해 달리기를 시작한 게 마라토너의 출발점이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사람은 항상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에 할 말을 생각하면서 자꾸 걱정하고 고민을 하는데, 달리기할 때는 현재를 산다”며 “(달리기를 하면) 머릿속 고민들이 다 없어진다”고 마라톤이 주는 장점도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치를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뛰기 시작하면 발이 너무 아파 머릿속의 고통이 잊힌다”고 달리기가 정치인인 자신에게 주는 이득을 ‘농담 반 진담 반’ 격으로 언급도 했다.
계속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공부하라고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압박하는 게 제일 안 좋다”면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제일 좋은 건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면서 부모가 모범 보이지 않으면 반항심만 산다면서다. 같은 맥락에서 매주 한 번은 서점에 자녀를 데리고 가면 자연스레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된다며 “유명인사가 추천하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사주면 아이들은 안 읽는다, 동기부여가 되어야 책을 본다”는 조언도 안 의원은 더했다.
안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검사’ 유형 질문에는 “제가 의사를 했다가 IT전문가를 했다가 창업자를 하고 교수를 하고나서 지금은 정치인으로 다섯 번째 직업을 갖고 있는데, 프로그래머나 교수할 때는 I(내향형)이고, 사장이나 정치인을 할 때는 E(외향형)로 나온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바뀐다고 답했다.
영상 말미에는 ‘양보와 철수를 많이 하셨는데 후회 안 하시냐’는 질문에 답하는 안 의원과 ‘이재명 캠프의 선대위원장이냐, 안철수 캠프의 이재명 선대위원장이냐’를 두고서는 “아 둘 다 싫은데”라는 반응이 맛보기로 등장해 추후 공개될 2편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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